주중대사관 직원, 정 대사 비위 외교부 신고
외교부 "관련 제보 있어 사실 확인 중" 답변
"그런 머리로 일했나" 모욕성 발언 주장도
중국 측 접촉 적고, 한국 언론 불통 논란도
27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주중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주재관 A씨는 이달 초 외교부에 정 대사의 비위 의혹을 고발했다. 고발을 접수한 외교부 감찰관실은 조만간 베이징 현지 조사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주중국대사관과 관련된 제보가 있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며 정 대사의 비위에 관한 고발 사실을 인정했다. A씨는 "고발 내용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조사가 시작되면 여러 부분이 밝혀지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정 대사, 잦은 폭언" 베이징 공공연한 비밀
대사관 내에선 A씨가 정 대사의 폭언·갑질 의혹을 제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대사의 잦은 폭언은 대사관 안팎에서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복수의 대사관 소식통에 따르면 정 대사는 여러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굳이 특정인을 지목, "이런 머리로 여태 일을 해왔다는 거죠"라고 면박을 주거나 "박사까지 했다는 사람 머리가 그것밖에 안 되나"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해왔다. 한 참사관급 직원은 "(대사가) 유독 직원들의 머리(두뇌)를 가지고 거친 발언들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서기관급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대사관 직원들은 나중에라도 외교부에 신고할 목적으로 정 대사에게 업무 보고할 때 녹취를 시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비위 의혹 감찰과 관련해 대사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는 질의에 대사관 측은 "입장이 없다"고 답했다. 정 대사도 전화를 받지 않았고, 따로 입장을 전달하지도 않았다.
대사관뿐만 아니라 외교부에서도 정 대사의 자질을 두고 의문의 시각이 제기된 지 오래다. 외교부 소식통은 "다른 문제를 떠나 정 대사가 중국 외교부 인사와 접촉하는 것 자체가 드물다"고 전했다. 각국 대사는 주재국 동향을 담은 외교 전문을 외교부로 보내는데, 주중대사관의 대사 전문 내용이 중국 측과의 접촉이 아닌 미국 일본 등 주변국 외교관과의 접촉을 통해 얻은 게 많다는 것이다.
정 대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당시 '중국 내 탈북자 600여 명 강제 북송'에 대해 사실 관계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답변으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정 대사가 부임한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약 1년간 현지 주요 인사를 만나는 데 쓰게 돼 있는 네트워크 구축비를 활용해 중국 외교부와 접촉한 횟수는 1건에 그쳤다. '대사가 지난해 하반기 중국 외교부 인사와 몇 차례 회동했나'라는 본보 질의에 대사관 측은 "밝힐 수 없다"고 답해왔다.
정 대사는 '언론과의 불통'으로도 논란을 빚고 있다. 정 대사는 부임 후 1년 6개월째 한국 특파원 월례 브리핑 자리에서 질문을 받지 않고 있다. 2022년 9월 첫 간담회에서 특파원 1명이 비실명 보도 약속을 어겼다는 점을 앞세워 특파원 약 40명의 질문을 통째로 거부하는 중이다. 대신 이메일을 통해 사전 접수한 질문에 대해 '준비된 답변'만을 내놓고 있다. 특파원들은 수차례 브리핑 정상화를 요구했지만 정 대사는 '실명 보도 재발 방지 대책'이라는 모호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 다수의 대사관 직원들은 "현재 브리핑 형식이 기행적이라는 데 동의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인 정 대사는 현 정권 출범 전부터 윤 대통령과 교류하는 등 관계가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부임 전 25년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윤 대통령의 대표적인 중국통 참모로 꼽힌다.
정 대사는 지난 1월 의료 휴가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도 윤 대통령과 비공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외교안보 핵심 참모들과 함께 대사 1명만 따로 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여러 논란을 고려해 정 대사를 불러들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윤 대통령은 해당 자리에서 정 대사에 대한 신임 의사를 재차 표했다고 외교 소식통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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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