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10명 중 6명 병원 떠났다…정부 “원칙대로 법 집행” 재확인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
현장 떠난 전공의 7813명, 사직서는 8816명
상급종합병원 중증·응급환자 진료 집중 지원
“비상진료체계 효율적이라면 신속 제도화”
“의사 파업 1년이 아니라 영구 제도화도 가능”
환자 위태롭게 하는 의사 겁박이 정부의 억만 배

▲ 박민수 중앙사고수습본부 부본부장(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의료개혁과 의사 집단행동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가 주요 100개 수련병원에서 90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도 8000명에 육박했다. 전체 전공의 10명 중 7명이 사직서를 내고, 10명 중 6명은 근무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국내 전공의 1만3000여명의 약 95%가 근무한다. 다만 이들의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진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전체의 63.1%인 7813명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이탈이 확인된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715명을 제외한 5397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지난 19일 10개 병원 점검에서는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에서 전공의 근무지 이탈이 많았는데, 전날 50개 수련병원 현장점검에서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고르게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전공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진료 현장에 불안은 커지는 상황이다. 전공의의 근무지 이탈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근무를 거부하는 전공의들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정부의 처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응급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을 한꺼번에 행정처분을 하게 되면, 의료 현장에 직접적 타격이 갈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에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전공의들이) ‘대마불사(大馬不死·크면 망하지 않는다)’를 생각하는 거 같은데, 정부는 원칙대로 법을 집행한다는 방침을 처음부터 밝혀왔다”며 “2020년 의사단체 집단행동 때보다 기본 방침을 확고하게 세웠다”고 말했다.


대마불사는 금융업계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다. 금융사들은 자본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퇴출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몸집을 키우고, 그러다보니 자본 시장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

전공의 진료 거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민 불안도 커지고 있다. 전날 의대 증원과 관련한 TV토론에서 의사 파업이 길게는 6개월 이상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 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20일 오후 6시 기준 58건이었다.주로 일방적인 진료예약 취소, 무기한 수술 연기 등의 내용이었다. 19일까지 피해 사례 34건을 합치면 92건으로 100건에 육박한다.

박 차관은 “비상진료체계를 잘 짜서, 중증도에 맞는 진료체계를 신속하게 재구축해, 아예 신속하게 제도화할 수도 있다”라며 “그렇게 되면 (의사 파업) 1년이 아니라 영구히 그렇게 갈 수도 있다. 지속 가능하게 버틸 수 있는 의료체계 반드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이어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2∼3주보다 훨씬 더 비상진료체계가 지속 가능하도록 정부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에게는 “아직 (면허 정지 등) 처분이 나간 것이 아니므로 지금 복귀하면 모든 것이 정상을 회복할 수 있다”라며 대화를 촉구했다.

정부는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투쟁 성금’ 모금에도 제동을 걸었다. 앞서 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회원을 보호하는 투쟁 차원에서 성금 계좌를 개설해 모금을 하기로 했다. 이 성금은 파업한 전공의들의 법률 자문 등의 용도로 쓰기로 했다.

박 차관은 “전날 협회에 성금 모금을 중단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며 “(투쟁 성금은) 불법적인 단체행동을 지원한다는 것이므로 중단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박 차관은 “의협의 설립 취소를 검토하지는 않았으며, 의협이 공익적 목표에 부합하는 활동을 해달라고 당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정부의 각종 명령이 의사에 대한 ‘겁박’이라는 지적에는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집행할 뿐이다”라며 “진료 현장을 떠나서 환자를 위태롭게 하는 거는 (정부 명령의) 억만 배에 가까운 겁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 97개 공공의료기관장과 간담회를 열고 비상진료체계 유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건강보험 수가(酬價) 인상, 각종 평가에서의 불이익 방지 등 지원책을 강구할 계획이다. 모든 공공의료기관은 비상진료대책을 바탕으로 24시간 응급의료체계 운영, 병원 내 인력 조정을 통한 필수의료 진료 기능 유지, 진료시간 확대 등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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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