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후보자, LH 사장 시절 내부 계약비리에도 즉시퇴출제 작동 안돼

사장 재임시절, 계약 비리에 ‘즉시퇴출제’ 논의했지만 무산
그 이후에도 계약상 전관 특혜 시비 계속

▲ 박상우 국토부 장관 후보자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임시절, 내부 직원의 계약 비리에도 조달청에 업무를 이관하는 ‘즉시퇴출제’를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수사와 감사로 이미 계약 비리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서 자체 개혁 의지는 낮았던 것이다. 최근 국토부가 추진하는 LH 전관 등 개혁안이 박 후보자의 국토부 장관 취임 후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18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LH 이사회 회의록 가운데, 2019년 1월 23일 이사회는 ‘즉시퇴출제’가 주요 안건으로 논의됐다. 이 회의에는 박 후보자가 기관장 지위로 참여했고 상임감사위원 1명과 이사 13명도 동석했다.

공기업․준정부 기관 계약사무규칙 7조에 규정된 ‘즉시퇴출제’는 입찰비리 행위로 공공기관 임직원이 기소되거나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해당 업무를 2년간 조달청에 위탁하게 만든 제도다. 단, 의무가 아니고 공공기관장이 이사회를 거쳐 즉시퇴출 여부를 자율적으로 판단하도록 돼 있어, 기관장 의지에 따라 업무가 조달청에 이관되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다.

박 후보자의 LH사장 시절 때는 즉시퇴출제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였다. 업무이관 안건이 결국 부결됐기 때문이다.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제도의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현 지침 내에서도 지급자재 선정업무 과정에 비리가 발생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제도가 있다. 관련 업무를 위탁할 필요성은 없어보인다”는 참가자 발언이 주요 의견으로 채택됐다. 이는 박 후보자가 사장 시절 LH 내부 비리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업체 선정과 관련한 LH 내부 비위는 그 이후부터 최근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일례로 LH 건물 공사에 쓰이는 필수 건물 급수 시스템(부스터 펌프)은 전관이 근무하는 특정 회사에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급을 독점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설계·감리 업체 선정에서 전관의 힘은 더 막강하게 작용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8~2022년, LH 설계·감리용역 수주 규모 상위 10개사 중 9개사가 모두 전관업체였다. 박 후보자는 2016년 3월~2019년 4월까지 사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가 국토부 장관에 취임하면, 전관 등 LH 내부의 고질적 문제를 개혁할 동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권한 축소보다는 공공성 회복 방향으로 LH 개혁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사장 출신이 전관 문제를 어떻게 개혁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LH 내부에서도 박 후보자가 오면 LH에 대한 강경한 기류가 바뀔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 LH 내부 직원은 통화에서 “최근 LH가 내부적으로 매우 힘든 상태인데 박상우 후보자는 LH를 정치적 희생물로 삼기보다 일할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박 후보자는 2019년 LH사장 퇴임 후 건설업 컨설팅 회사 피앤티글로벌을 설립한 뒤 이후 공개 입찰을 통해 2022년 3억원 규모 LH 연구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피앤티글로벌 사내이사에서 사퇴했고, 비상장주식(1억8500만원)도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백지신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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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