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15분 만에 끝난 본회의 필리버스터 포기에 당혹한 野

與, 전원 퇴장해 민주당 규탄대회

▲ 국민의힘 의원들이 9일 국회의사당 본관 앞 계단에 모여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소추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여야의 정면충돌이 예상됐던 9일 국회 본회의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철회라는 ‘깜짝 결정’으로 인해 1시간15분여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본회의는 당초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예고로 13일까지 최소 5일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큰 충돌 없이 끝났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자 전원 퇴장해 ‘민주당 규탄대회’를 열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상정하기에 앞서 “여야 간 의견 차이가 매우 큰 안건이어서 교섭단체 대표 두 분과 진행 방법에 관해 협의했으면 좋겠다”며 여야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모았다. 잠시 후 국민의힘 의원들이 하나둘 본회의장을 나서더니 결국 전원 퇴장했다. 여당의 급작스러운 퇴장에 민주당 의원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동시에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철회’ 전략 파악에 나섰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사전에 여당의 전격 철회 가능성을 감지하고는 있었지만 실제 철회가 이뤄지면서 당황한 모습이었다. 민주당은 잠시 본회의장을 비운 소속 의원들도 부랴부랴 소집했다.

국민의힘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를 결정했다. 이후 국회 본관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의원 70여명은 ‘거짓 민생 탄핵소추 국민들은 분노한다’ ‘정쟁 유발 탄핵 중독 민주당을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거대야당 입법독재 민주당은 각성하라’고 적힌 손팻말도 들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규탄집회에서 “(민주당이) 탄핵 중독이라는 치유 불가능한 불치병에 걸린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면서 “민주당이 또 기각될 것이 분명한데 탄핵을 시도하는 것은 내년 총선을 위한 정치적 의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막판에 포기하면서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는 걸림돌이 없었다. 한편, 주식 관련 문자메시지가 포착돼 논란이 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신임 국무위원으로서 인사차 발언대에 서자 민주당 의석에서 “주식투자 하지 마”라는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김 의장이 산회를 선포하자 “내일 본회의 열어주세요” “탄핵안 (처리할 수 있게) 본회의 열어주세요”라고도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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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