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종이컵 다시 써도 되지만, 뜨거운 물 담고 15분 지나면 미세플라스틱 발생…

종이컵 등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정부가 사실상 철회했다. 소상공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일회용품은 환경뿐만이 아니라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무작정 사용하는 건 피하는 게 좋다.


8일, 환경부는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앞서 환경부는 2021년 식당·카페 등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에서 비닐봉지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제도 시행을 약 3주 앞두고 계도기간을 1년 두기로 방침을 바꾼 바 있다.


환경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여러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효성 없는 정책을 폐기하고 소상공인의 어려움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의견과 전세계 친환경 정책 흐름과 맞지 않게 일회용품 사용을 부추긴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 정책 기조와 별개로 일회용품에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인들이 있다. 종이컵, 테이크아웃 컵 내부는 종이가 물에 젖지 않고 견고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으로 코팅된다. 포장재질의 원료로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의 일종이다. HDPE는 밀도가 크고 불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장난감, 세제용기에서도 이용된다. LDPE는 농업용·포장용 투명필름, 전선피복, 각종 랩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일회용 컵 내부에 액체를 부으면 미세플라스틱이 녹아들 수 있다. 인도 카라그루프 공과대 연구팀이 일회용 종이컵 5종류에 85~90도의 뜨거운 액체를 100ml를 붓고 15분 동안 방치한 뒤 형광 현미경으로 살펴본 결과, 컵 내부 HDPE에서 2만5000여개의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음료로 방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험에는 ‘초순수(high-purity water)’가 사용했기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은 종이컵에서만 방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액체가 뜨겁지 않아도 미세플라스틱이 용출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원 연구팀이 시중에 유통되는 일회용 종이컵에 22도의 물을 넣었더니 리터당 2조8000억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방출됐다. 100도의 물에서는 5조1000억개였다. 연구팀은 미국 FDA가 정한 안전 기준보다 적은 양이었지만 미세플라스틱의 평균 크기는 30~80nm(나노미터, 1nm=100만 분의 1mm)로 작아서 인체 세포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고 말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해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동물 실험에서 세포 독성을 일으킨다거나 세포단위에서 암 전이와 혈관 노화를 촉진한다는 등 실험실 단계의 연구 결과만 있다. 그러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걱정된다면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좋다.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다회용기가 일회용기보다 미세플라스틱 검출량이 최대 4.5배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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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