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경차는 물론 8000만원 미만 차량까지 상당수 법인차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서도 법인차를 당초 목적대로 사용토록 유도한다는 정책 취지가 크게 퇴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2일 공공과 민간법인에서 이용하는 업무용 승용차에 대해 일반 번호판과 구별되게 새로운 번호판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 등록번호판 등의 기준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이에 따르면 법인차 번호판의 적용대상은 차량가액 8000만원 이상이며, 제도 시행일 이후 신규 또는 변경 등록하는 차량부터 시행된다. 민간법인이 소유한 차량과 리스차, 장기렌트차(1년 이상), 관용차가 모두 포함된다. 단 개인사업자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등록돼 운행 중인 법인차는 차를 교체하는 시점에 적용토록 할 계획이다. 법인차는 통상 3~4년이면 차량을 바꾸기 때문에 별도의 번호판 교체 시한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법인차는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는 데다 연간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처리(세금 감면)도 가능하다. 이러한 법인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막을 규제는 허술한 탓에 전용 번호판이 대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이러한 문제를 언급하며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공약한 바 있다. 전형필 국토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여러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고가 슈퍼카의 사적 이용 방지라는 대통령 공약 취지에 맞게 고가차량에 대해 법인차 번호판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그동안 진행했던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에서 제시한 적용 대상에서 크게 후퇴하면서 정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국토부는 경차와 수사·경호 등 특수목적의 관용차 등에만 일부 예외를 두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이렇게 대상이 축소된 것을 두고 리스·렌터카 업계는 물론 민간 법인에서도 연두색 번호판 도입 확대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해온 게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러한 반발 때문에 당초 지난 9월께로 예상됐던 시행 시점도 늦어지게 됐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는 “차량 가격이 매년 달라지는데다 외관상 동일해 보이지만 옵션 여부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게 나는 상황에서 변동성이 큰 작위적 기준 같다”며 “중고차 구입 때는 어떻게 되는지도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애초에 예외를 너무 많이 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법인에서 슈퍼카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걸 막자는 취지로만 보면 8000만원 기준이 적절할 수 있다”면서도 “다른 법인차도 원래 취지대로 사용한다면 별도 번호판을 다는 것에 대해서 거부감을 가질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교통전문가도 “신규 법인차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게다가 단순히 슈퍼카 사용만 막으려는 게 아니라 법인차 자체의 남용을 억제하려는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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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