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한 정부, 병사 지원 예산 1857억 삭감···‘조삼모사’ 논란
내년부터 병사들은 생일날 특식으로 케이크를 받지 못하게 된다. 축구화 구매비나 이발비, 효도휴가비도 지원받지 못한다. 내년도 예산안에서 병사에게 지급하던 현금성·현물 지원 사업 예산 1857억원이 삭감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정부가 병사 월급 200만원을 공약해놓고 정작 복지 비용은 삭감한 ‘조삼모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전문위원이 이날 펴낸 ‘2024년도 국방부 소관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그동안 병사에게 현금성 또는 현물로 지원했던 사업 예산안 1857억원어치를 삭감했다. 정부가 내년도 병사 월급 인상을 위해 내년도에 증액한 예산(4131억원)의 45% 정도를 도로 삭감한 셈이다. 병사 1인당으로 환산하면 평균 2만5000원의 월급 감소 효과가 일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 항목별로 보면 경축일 특식·영내자 증식(간식)·생일 특식 예산은 올해(1518억원)보다 15.3% 줄어든 1285억원으로 편성됐다. 설날, 추석, 국군의날 등에 지급하던 경축일 특식이 나오는 횟수는 연 9회에서 3회로 줄었다. 생일을 맞은 병사에게 1만5000원짜리 케이크를 사주기 위해 편성한 생일 특식 예산 48억4400만원은 내년도 예산에서 전액 삭감됐다.
병사 축구화 지원 비용(올해 29억5000만원)과 이발비(458억6300만원), 효도휴가비(58억9500만원)도 내년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다. 자기개발비용 지원은 올해(359억7100만원)보다 절반이 삭감된 179억7200만원으로 줄었다. 자기계발교육 비용(562억3000만원)도 32.5% 줄어든 379억5300만원으로 편성됐다.
국방부는 각종 특식 비용은 기본급식비 인상을 고려했고 생일 특식은 ‘장병체력 보충’이라는 사업목적과 부합하지 않아 삭감했다고 밝혔다. 또 효도휴가비, 이발비는 과거 부족한 병사 월급을 보전하기 위해 지급한 현금성 복지예산이었으나, 병사 월급 인상에 따라 삭감했다고 해명했다. 자기개발비용은 기존 지원 품목에서 운동용품을 제외하면서 50%를 감액했다고 밝혔다.
대신 정부는 병장 기준 현재 130만원 수준인 병사 월급을 내년에는 35만원 더 올린 165만원(봉급 125만원+자산형성프로그램 40만원)으로 편성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날 펴낸 ‘2024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보면 ‘병 인건비 사업’에 편성된 예산은 3조2655억원으로 올해(2조8525억원)보다 4131억원 늘었다.
그러나 정부의 현금성·현물 복지 일괄 삭감은 이러한 병사 월급 인상 효과를 줄이는 조삼모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 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각 사업은 직·간접적으로 병 봉급 인상 및 내일준비적금 지원율 인상 등과 연계하여 삭감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경우 병 봉급 인상 폭에서 각 사업의 감액분만큼 실제 병사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 삭감의 효과가 이병일수록 더 큰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고서는 “2024년 병장 기준 봉급은 25만원이 올랐지만 각 사업 감액을 월 단위로 환산하면 2만5000원이므로 실제 상승 폭은 22만5000원”이라며 “특히 이병은 봉급 인상 폭이 4만원에 불과하므로 실제 인상 폭이 매우 작아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통령 공약인 ‘2025년 병사 월급 200만원’이 사실상 병사지원 사업 삭감과 병행 추진되어 실제 병사에 대한 지원은 200만원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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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