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농촌 빈집’ 해결에 팔 걷어붙인 정부… “다주택 규제 풀까 주목”

주인 없이 방치된 ‘농촌 빈집’ 5년간 70% 폭증
빈집 철거할 때 재산세 부담 덜어준다
지방 소멸 막기 위해 ‘다주택자’ 규제 풀리나

농촌에서 사람이 떠나고 남은 빈집 문제로 국정감사에서 정부를 향한 직격이 이어졌다. 지난 5년간 주인 없이 방치된 빈집이 70%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도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3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빈집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의 농촌 빈집은 6만6024동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8년 3만8988동에서 5년 동안 70%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전국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으로 24.7%(총 1만6310동)를 차지했다. 지난 2018년 8306동 대비 약 2배 증가한 것이다. 이어 경북지역에 21%(1만3886동)가 있었고, 전북 15%(9904동), 경남 13.8%(9106동) 순으로 빈집이 많았다.


◇ 농촌 빈집 늘어나는데… 빈집 활용은 ‘지지부진’

농촌 빈집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 도심 공동화, 지역경제 쇠퇴 등의 원인으로 계속 느는 중이다. 농촌 빈집은 화재·붕괴 등 안전사고와 농촌환경 저해, 범죄 장소 악용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농촌 빈집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빈집 소유자와 정부, 기업이 함께 빈집을 정비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빈집이 계속 급증하며 국감장에서는 빈집 문제와 관련한 논의가 이어졌다. 안 의원은 “철거된 빈집 비율이 4년간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빈집이 다시 활용된 경우는 1%대를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도 왜 이런 것이냐”라고 질의했다.

이에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농촌이 고령화되다 보니 빈집이 많이 나온다”라면서 “사실 우리 시골집도 지금 빈집이 됐다. 1년이 됐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도시와 농촌을 연계한 빈집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농촌의 빈집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귀농·귀촌 유치 지원 사업 등을 펼치고 있지만, 빈집 활용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빈집 대부분이 철거가 필요할 정도로 열악한 상태인 데다 귀농 인구가 많지 않은 점도 정책적 한계로 꼽힌다.

주말농장족(族)과 영농체험인 등 농막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아 빈집 수요가 크게 높지 않은 점도 빈집 활용이 적은 데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 재산세 혜택에 더불어 ‘다주택자 규제’도 손보나

정부는 빈집이 방치되는 주된 이유로 농촌에 계시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자손들이 처분하려고 해도 세금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점을 꼽고 있다. 이에 재산세 제도를 개편해 빈집을 철거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빈집을 철거하면 주택에 적용되는 세율(0.05~0.4%)보다 높은 토지 세율(0.2~0.5%)을 적용받는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세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빈집 철거로 생긴 토지 세액을 철거 전 주택 세액만큼만 부과하는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2년 연장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빈집 철거 후 생긴 토지 세액의 부과 기준이 되는 기존 주택 세액의 1년 증가 비율을 현행 30%에서 5%로 인하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는 빈집에 대한 세제 혜택을 도시지역에만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읍·면 등 농어촌 지역까지 확대한다. 정부는 농어촌 지역에서 공시가격 1억원짜리 빈집을 철거한 경우 5년이 지난 시점의 재산세가 현행(28만6038원)보다 줄어든 10만9396원으로 17만6642원(61.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더불어 농식품부는 내년 ‘농촌 빈집 특별법’을 제정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빈집 정비 관련 역할을 정립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속한 정비사업 추진을 위한 절차 간소화, 건축규제 완화 특례 등 빈집 관리를 위한 지원 근거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농·산·어촌 주택은 다주택자 규제에서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은 ‘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 정책 보고서를 통해 통상적 다주택자의 기준을 현행 2주택에서 3주택으로 확대하되, 인구 및 자가점유율, 지역 쇠퇴 상황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날로 증가하는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소하는 데 있어 다주택자 정책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농·산·어촌에 대해서는 ‘1가구 1주택’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라며 “수도권 인구가 지방에 집을 갖도록 장려해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하고, (인구 개념도) 단순한 주민등록인구 개념이 아니라 생활 인구 개념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1가구 1주택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면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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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