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1000도 활활…‘불타는 전기차’ 없앨 기술, 한국서 개발됐다

▲ 전기차 화재 진압훈련 [사진출처=서울시]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모델3가 일으킨 전기차 혁명이 주춤하고 있다. 자동차 제 1덕목인 ‘이동의 자유’ 가치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충전 불편 때문이다. 여기에 화재에 대한 불안감도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든다.


전기차는 한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용광로’에 버금가는 1000도까지 올라가는 열 폭주가 발생하는데다 끄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가격은 저렴하지만 짧은 주행거리로 외면받던 LFP 배터리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내열성이 좋은 인산철을 넣어 불이 날 위험이 적어서다.

배터리 회사들이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반가운 소식이 나왔다.

배터리 화재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불연성 반고체 전해질’을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에너지화학공학과 송현곤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정밀화학연구센터 정서현 박사,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울산차세대전지 연구개발센터 김태희 박사 공동 연구팀이 배터리 내에서 분자 결합이 가능한 불연성 고분자 반고체 전해질을 개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한국화학연구원, 삼성SDI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UNIST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는 외부 요인이나 내부 단락으로 내부에 열이 축적되고, 전해질과 양극이 분해되면서 화학적 라디칼 연쇄 반응이 진행돼 열 폭주가 일어나면서 발생한다.

라디칼은 하나의 전자를 가지는 원자 혹은 분자로 매우 불안정해 화학적 반응성이 높다.

지금까지 불연성 전해질에는 과량의 난연 첨가제를 사용하거나 매우 높은 끓는점의 용매를 사용했다. 이런 전해질은 높은 점도로 이온 전도도가 매우 낮아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전해질에 미량의 고분자를 첨가한 반고체 전해질을 만들었다. 고분자 반고체 전해질은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33% 높은 리튬 이온 전도도를 보였다. 이를 활용한 배터리는 수명도 기존보다 110% 향상됐다.

배터리 내에서 중합된 고분자와 휘발성 용매와의 상호작용을 활용해 라디칼 연쇄 반응도 억제했다.

송현곤 교수는 “고분자를 활용한 반고체 전해질은 개존 배터리 조립 공정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어 추후 불연성 배터리 상용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내 5건, 해외 2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에너지 분야 학술지 ‘ACS 에너지 레터스’(ACS Energy Letters) 표지 논문으로도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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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