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파업’에 칼 빼드는 정부… 코레일 업무 이관 속도 낸다

시설 유지·보수 기능 떼어낼 경우
7000명 소속 변경… 규모 확 줄어
노조 “철도 쪼개기… 민영화 작업”

▲ 전국철도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4일 서울역 인근에서 진행된 총파업 출정식에서 ‘총파업’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철도노조는 수서행 고속철도(KTX) 투입, 4조2교대 전면 시행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정부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철도시설 유지·보수 기능을 코레일에서 떼어내 조직 규모를 축소하는 게 핵심이다. 14일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에 대한 강경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오는 18일 철도노조의 한시 파업이 끝나는 대로 개혁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연구는 코레일이 맡은 철도 관제와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심층 진단해 근본적인 안전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쟁을 통한 철도 서비스 향상과 안전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용역 보고서에는 코레일의 철도시설 유지·보수 등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구체화한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현재 철도산업 개편 방안의 검토 과제는 코레일에 위탁된 철도 유지·보수, 관제 업무를 국가기관인 철도공단으로 옮길 수 있는지가 핵심”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미 관련법안도 발의돼 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철도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에는 철도시설 유지·보수 위탁을 코레일로 한정하도록 하는 규정이 삭제됐다.

KTX 등 열차 운영을 맡고 있는 코레일은 철도시설 유지·보수와 철도교통 관제 업무를 모두 담당한다. 2004년 철도구조개혁으로 철로 건설 업무가 국가철도공단으로 이관되고 2013년 수서고속철도(SRT)를 운영하는 SR이 출범하면서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철도시설 유지·보수와 철도교통 관제는 코레일이 독점하고 있다. 코레일 외에 다른 철도기관이 관련 업무를 맡은 적은 없다.


현재 코레일 직원 3만명 중 유지·보수 인력은 7000명가량이다. 유지·보수 업무가 분리되면 이들은 소속을 옮기게 된다. 철도노조는 이 같은 유지·보수 업무 이관이 철도 민영화를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고 있다. SRT의 경전·전라·동해선 투입과 SRT 차량정비 민간 개방 등을 함께 진행해 ‘철도 쪼개기’ 방식으로 민영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철도 민영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코레일 노조가 ‘철도 민영화 반대’ 등 정부 정책을 명분으로 파업하는 상황을 부적절하다고 보고 강경대응에 나섰다. 원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철도노조가 지켜야 할 자리는 정치투쟁의 싸움터가 아니라 국민의 일상을 지키는 일터인 철도 현장”이라며 즉각 현장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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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