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김영환·홍준표 줄줄이 구설…김동연 "그런 대응 국민 화나게 해"

대통령실·국민의힘 단체장들 구설에 김동연 "책임 지는 사람 없고 책임 묻는 사람만"

▲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도 도 종합상황실을 방문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집중 호우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결정한 배경을 설명하며 "지금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 간다고 해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그런 식의 대응은 국민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며 "지도자라면 국민을 품고 공감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지사는 2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일(재난)이 생기면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책임을 묻는 사람만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지사는 "공직자로서 이렇게 피해가 커진 데 대해 부끄럽다. 이건 인재라고 본다"며 "기후변화가 이제 뉴노멀이 된 이상 과거와 같은 재난대응 시스템에서 벗어나 국가대응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집중 호우가 시작된 지난 13일 저녁 비상단계를 3단계로 격상했고, 재난상황실에서 행정1부지사 포함 50명이 넘는 인원이 철야로 근무했다. 당시 경기도 내 31개 모든 시·군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고, 시간당 최대 80mm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길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집중 호우로 피해가 가장 심한 곳은 경북과 충북이었다. 경북에서는 24명이 사망했고, 충북에서는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등으로 17명이 사망했다. 강수량과 지형, 시설 분포 등 여건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경기도에서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집중 호우 과정에서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연재난이라는 비상상황에서는 그에 맞게 비상대응해야 한다"며 "경기도민 희생자 유족분들께 특별재난지역선포 등의 정부의 조치를 기다리지 않고, 즉시 장례비, 사망지원금, 생계비 등을 지원하겠다. 필요하다면 현장에 직원을 파견해 어려움은 없는지 살피겠다"며 선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김 지사는 피해자들에 대해 "그 무엇보다 먼저 피해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막을 수 있는 희생은 과연 없었는지 화가 나기도 한다"며 "지금은 피해를 수습하고, 추가적인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다. 경기도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겠다"고 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경기도와 다르게 충청북도와 대구시 등 일부 광역단체장은 이번 재난을 대하는 태도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건과 관련해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늑장대응으로 비판을 받았다. 김 지사는 관련해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찍) 거기 갔다고 해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며 "임시 제방 붕괴 상황에서는 어떠한 조치도 효력을 (발휘할 수 없고), 생명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참사 당일 지하차도 침수 시작 4시간 30여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집중호우로 전국에서 인명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던 지난 15일 대구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비판을 받았다. 당시 대구는 전 직원 20% 이상이 비상 근무하게 돼 있는 '비상근무 제2호'가 발령된 상태였다.

논란이 일자 홍 시장은 "주말에 테니스 치면 되고 골프 치면 안 된다는 규정이 공직사회에 어디 있나"라며 "골프를 이용해 국민 정서법을 빌려 비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의 안전 최고 책임자의 언행으로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직권으로 홍 시장 징계 논의를 개시했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재난 그 자체보다 재난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여론이 민감하게 움직인다"고 지적한다. 대통령실이 "당장 대통령이 서울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다"고 하거나, 충북도지사가 "(일찍) 거기 갔다고 해도 상황이 바뀔 것은 없었다"고 한 것, 홍준표 대구시장이 "골프 치면 안된다는 규정이 어디있느냐"고 오히려 반발한 것이 역풍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같은 태도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에서도 지적됐던 부분들이다. 당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고,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핼러윈에 모인 이태원 인파 관리 책임과 관련해 "핼러윈은 축제가 아니라 하나의 현상"이라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정부 여당의 재난 대응 방식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실제 호우 피해와 그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 17~19일 조사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직전 조사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한 34%를 기록했고, 국민의힘 역시 4%포인트 하락한 30%를 기록했다.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이다.(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업체. 전국 성인 유권자 1001명 대상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 16.9%.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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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