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달라지지 않은 소래포구 꽃게 구입 후기’라는 글이 게재돼 소비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글쓴이는 “경기 용인에서 소래포구로 갔다가 암게 2㎏을 6만원에 구입했다”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을 보면 꽃게 다리는 10개가 아니라 2∼5개씩 부족했다. 다리가 1개만 있는 꽃게도 있다.
그는 “이 꽃게를 판매하던 상인은 ‘요즘 소래포구에서 다리 없는 꽃게 때문에 난리 났는데 우리와는 상관없다’고 했다”며 “뉴스에 나온 것이 소래포구에서 구입했다는 증거도 없는데 억울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상인 대표들이 큰절하면서 달라지겠다고 사죄한 것을 믿은 내가 호구”라며 “암꽃게는 알도 꽉 차있다고 그랬는데 삶으니...”라고 덧붙였다.
다리 떨어진 꽃게 논란 이전에는 ‘꽃게 바꿔치기’로 피해를 봤다는 게시글이 올라와 소래포구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글쓴이는 “소래포구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구매했지만,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다리가 떨어진 꽃게로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올들어 지역축제 바가지가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꽃게 바꿔치기’ 사건으로 소래포구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상인들도 심각성을 인지했다. 지난달 12∼14일 2박 3일간 위법 행위 근절 교육을 진행하고 마지막 날 자정대회를 열어 호객 행위와 바가지 척결을 외쳤다. “바가지를 다시는 안 씌우겠습니다”며 엎드려 큰절을 올리고 사죄했다.
이번에도 역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일부 상인의 문제라는 항변도 있지만 소비자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엎드려 큰절하는 기사에는 “쇼하고 있다” “악어의 눈물” “바가지 씌우고 사과하고 또다시 바가지” 등 사과와 사죄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댓글이 쇄도했다.
상인들은 과거부터 굳어진 바가지 꼬리표 탓에 과도한 비난을 받는다고 억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소래포구 상인들은 단순히 꽃게 다리가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상품의 가치를 판단할 순 없다고도 주장했다.
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상인들은 꽃게의 경우 신선도나 크기, 성별에 따라 가격이 나뉠 뿐 다리가 제대로 달려 있는지는 상품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신영철 소래어촌계장은 이날 “꽃게를 잡아 좌판으로 옮겨 판매하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꽃게라도 다리가 떼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고 상품에 큰 하자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 상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꽃게 사진들을 보면 다리는 일부 떨어져 있더라도 배 부위는 깨끗한 모습”이라며 “신선도 측면에서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흔히 죽어 있거나 상태가 좋지 않은 꽃게의 입 주변에 반점이 생긴 경우를 ‘안경 쓴 꽃게’라고 부르는데 이 같은 모습을 사진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게 근거다.
안광균 소래포구 전통어시장 상인회장도 “일부러 다리 없는 꽃게로 바꿔치기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있지만, 단순히 다리 떨어진 꽃게가 포함된 걸 상술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님들이 다리가 성한 꽃게를 원한다면 최대한 맞추도록 상인들에게 당부하고 있다”며 “상인회에 민원을 제기하면 절차에 맞게 보상하고 문제가 된 점포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마지막으로 “대다수 상인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익명의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비난 여론을 조성하는 것을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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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