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없는데, 계좌번호 좀 주세요”…피싱 연루된 배달기사 황당 사연

한 배달기사가 손님에게 대금을 계좌이체 받았다가 보이스피싱 연루 의심 신고돼 계좌가 정지된 황당한 사연이 알려졌다.


경찰과 금융기관 관계자 등 전문가들은 계좌이체와 보이스피싱 신고제도를 악용하는 다양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경기 구리시에서 배달기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달 18일 금융감독원과 은행으로부터 전자금융거래제한 대상자로 지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의 계좌가 보이스피싱 이용 계좌로 지정됐기 때문에 모든 은행 거래가 중단됐다는 것이었다.

보이스피싱 이용 계좌로 지정된 것은 커피와 빵을 배달한 뒤 “현금이 없다”는 손님으로부터 3만6000원을 계좌이체로 받은 것이 계기였다.

계좌 정지를 풀기는 쉽지 않았다.

은행 측은 “보이스피싱 범죄로 취한 3만6000원을 돌려주고 피해자가 지급정지 요청을 철회해야 한다”고 답했지만 당국은 피해자가 누군지를 알려주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은행과 경찰서를 여러 차례 방문해 3만6000원을 받은 경위를 소상히 설명하고 나서야 계좌 정지를 풀 수 있었다.

보이스피싱범이라는 오명은 벗었지만 2주간 카드 지출, 보험료, 통신비 등 자동이체가 모두 막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A씨에게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정확한 이유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타인에게 소액을 입금한 후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로 계좌를 정지시키고, 지급정지 해제를 빌미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통장사기’ 수법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씨가 겪은 일과 직접 연관은 적으나 지급 정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사례로 ‘3자 사기’라는 수법도 있다.

주로 물품 거래에서 쓰이는 3자 사기는 판매자에게 거래 의사를 밝힌 뒤, 동시에 제삼자에게 해당 물건을 판다며 실제 판매자에게 입금하도록 해 판매자의 물건만 가로채는 수법이다.

돈을 입금하고 물건을 못 받은 구매자가 신고하면 판매자는 정상적으로 물건을 팔았음에도 보이스피싱범으로 몰려 계좌가 정지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계좌이체나 보이스피싱 의심 신고 등을 이용한 범죄 피해 사례가 많다”며 “계좌번호를 공개하는 행위를 자제하고, 거래 시에도 이러한 범죄 수법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카카오 등 5개 기관, 피해예방 서비스 소개
금융감독원과 카카오, 금융결제원, 정보통신진흥협회, 인터넷진흥원 등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가 알아둘 만한 7가지 서비스를 소개했다. 평소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항을 비롯해 이미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이에 긴급히 대처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카카오톡 메시지 진위 확인서비스 = 카카오는 금융회사나 공공기관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낸 경우 메시지의 진위를 확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금융회사와 공공기관이 전송한 정식 메시지가 맞는지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메시지와 기관명 옆에 인증마크(인증 배지)를 표시하고 있다.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해외번호 이용자가 메시지를 보내왔다면 발송자의 프로필 이미지를 주황색 지구본으로 표시하는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해당 사용자의 국가명과 해외번호 사용자라는 경고 표시 팝업도 제시된다.

국내번호 가입자라도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할 경우 프로필 이미지를 주황색으로 표시한다. 이때 금전 요구에 대한 경고 문구 팝업도 함께 나타난다.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 = 인터넷진흥원(KISA)이 제공하는 ‘e프라이버시 클린서비스’는 휴대전화 등을 통해 본인인증 했던 웹사이트 현황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웹사이트의 회원 탈퇴, 가입 시 제공한 정보 열람·삭제 등을 요청할 수 있다.

인터넷진흥원은 이용자의 네이버, 다음 등 인터넷 계정정보 유출 여부 확인할 수 있는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휴대전화 가입현황 조회 및 ‘대포폰’ 개통 제한 = 최근 유행중인 메신저 피싱의 경우 개인정보 탈취 후 비대면으로 알뜰폰을 개통하고 비대면 금융거래로 돈을 빼내 가는 수법을 쓴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는 자신의 이름으로 신규 휴대전화 개통 시 이를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다.

본인 이름으로 가입된 휴대전화 가입 현황을 조회하거나 신규가입을 제한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나도 모르는 계좌가 있다면 ‘내 계좌 한눈에’ = 메신저피싱에 대응하려면 본인 명의로 개설된 계좌 현황을 파악하고 필요 시 명의도용 계좌의 신속한 지급정지 조치가 중요하다.

금융결제원에서는 본인 이름으로 개설된 금융회사 계좌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도록 어카운트인포 홈페이지와 모바일앱에서 ‘내 계좌 한눈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회사명은 물론 개설지점, 계좌번호, 개설 일자, 최종 입출금일, 잔액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 = 신분증 분실, 피싱 등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로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으려면 신속히 본인 명의의 금융거래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가 노출 사실을 등록하면 해당 정보를 금융회사에 실시간 전파하는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정보노출자로 등록되면 해당 명의의 대출, 계좌개설 등 금융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금융회사는 강화된 본인 확인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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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