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지원설 하루 만에…푸틴, 남아공 대통령과 "협력 강화" 통화

푸틴-라마포사 "호혜적 관계 강화 논의"
남아공, 美대사 폭로성 주장에 초치·항의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 "심각한 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대통령과 통화하고 양국의 호혜적인 관계 강화를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이날 통화는 남아공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미국 대사의 폭로성 주장으로 외교적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크렘린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양국 정상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대해 논의했다"며 "다양한 분야에서 호혜적인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알렸다.

이어 "특히 7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리는 2차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담과 8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는 브릭스(BRICS) 정상회담 등 주요 다자 간 행사를 준비하는 동안 더욱 긴밀한 양자 간 입장 조율이 중요하다는 것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 평화 논의에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참여하는 것에 대한 라마포사 대통령의 생각을 지지했다. 그는 러시아가 외교적인 해결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정부와 그 후원자(서방)이 추구하는 "파괴적인 노선"에 대해서도 원칙적인 평가를 내놨다고 크렘린궁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계 식량 안보와 관련해선,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에게 무료 배송을 포함해 상당량의 곡물과 비료를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이날 통화는 남아공 측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가 남아공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폭로성 주장을 한 지 하루 만이기도 하다.

남아공 외무부는 이와 관련 이날 브리지티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나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도 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스카이 뉴스 인터뷰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러시아의 전쟁에 어떠한 지원도 제공하지 말 것을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촉구해 왔다"면서 "그 누구도 푸틴이 무고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죽이는 것을 쉽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브리지티 대사는 전날 남아공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아공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12월 6~8일 케이프타운 사이먼타운 해군 기지에 정박했던 러시아 화물선이 러시아로 돌아가기 전 무기와 탄약을 실었다고 확신한다"고 공개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 선박에 무기가 실렸다고 확신하며 이 주장의 정확성에 내 목숨을 걸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는 "이것은 남아공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립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브리지티 대사가 지목한 러시아 선박은 '레이디 아르(R)'다. 미 재무부가 지난해 5월 무기 선적 혐의로 제재 대상에 추가했던 화물선이다. 미국은 이 선박이 통상 민간 항구에 정박하는데 지난해 12월 초엔 해군 기지에 머물렀던 것을 주목했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11일 브리지티 대사의 주장에 "실망했다"면서 "(이 문제를 논의해 온) 양국 간 협력과 파트너십의 정신을 훼손한다"고 반발했다. 남아공의 한 당국자는 이를 미국의 '메가폰 정치'라고 힐난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레이디 아르 선박이 정박했던 것은 인정했지만 무기를 제공하진 않았다면서 "그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제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면서 미국이 조사에 참여하도록 허용하고 미국은 주장의 근거를 제공할 것이란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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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