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8명 최악 출산율…"첫째부터 국민연금 가입기간 12개월 줘야"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악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애를 낳으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더 얹어주는 출산크레딧 제도의 목적과 취지를 살리려면 지금보다 더 확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한다.

크레딧제도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로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크레딧과 군복무 크레딧, 실업크레딧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크레딧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적용 대상과 인정 기간, 인정소득 등 보장성이 낮아 개선 요구가 끊이지 않으나, 재원 문제 등에 발목이 잡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출산크레딧 효과 뚜렷…가입기간 12개월 늘면 월 연금액 약 2만6천원 증가

12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정인영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달 7일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제10차 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크레딧제도 개선방안'을 발제했다.

출산크레딧은 저출산·고령화에 대비해 출산을 장려하고, 여성 가입자의 연금 수급권 획득 기회를 확대해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08년 1월 1일 이후 둘째 자녀 이상을 출산(입양)한 경우 출산(입양) 시점이 아니라 가입자가 국민연금을 받을 시점에 가입 기간을 추가로 부여한다.

둘째 자녀는 가입 기간을 12개월 더해주고 셋째부터는 자녀 1인당 18개월을 추가해 최대 50개월까지 가입 기간을 인정해 준다.

출산크레딧의 가입인정 기간을 포함해서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최소 가입 기간 10년(120개월) 이상을 채우면 출산크레딧 혜택을 볼 수 있다.

둘째 자녀를 낳아서 출산크레딧으로 가입 기간이 12개월(둘째 자녀) 늘어나면 월 연금액은 약 2만6천원(2019년 기준) 증가한다. 특히 다섯째 자녀를 출산하면 가입 기간이 50개월 늘어나 월 연금액으로 10만9천240원을 더 받는다.


정 부연구위원은 "이처럼 출산크레딧의 효과는 분명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인정 기간이 매우 짧고 수급 시점에 인정해주는 사후 지원방식으로 인해 출산율 제고나 수급자 증가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2022년 합계출산율이 0.78 명으로 전 세계 최저로 떨어진 상황에서 자녀가 1명인 많은 부모는 현행 출산크레딧 제도에서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가능한 한 모든 정책을 총동원해야 하며 이런 출산 장려 정책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출산크레딧을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산크레딧 재원 국고 전액 부담…사후지원방식→사전지원방식으로 변경 필요

이를 위해 그는 첫째 자녀부터 자녀 1명당 12개월씩 크레딧을 부여해 최대 60개월까지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거나 또는 인정 기간 제한을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인정소득은 현행과 마찬가지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A값)의 100%(2023년 현재 A값은 286만1천91원)를 유지하되, 출산의 사회적 기여에 대한 보상이므로 출산크레딧 비용은 전액 국고 부담으로 변경하는 게 타당하다고 제시했다.

현재 출산크레딧 운영 재원 중 70%를 국민이 낸 보험료로 조성한 국민연금 기금에서 대고, 국고 부담분은 30%에 불과한데, 이런 재원 충당방식을 대부분의 선진국과 같이 국고 100%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출산 대책이라는 국가의 정책적 목적을 위해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하는 것은 맞지 않으며, 기금소진을 앞당기는 등 재정 안정성을 해칠 수 있고 전액 국고에서 지원하는 군복무크레딧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는 만큼 출산크레딧은 국가가 일반회계예산에서 전액 책임지는 게 합당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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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