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00명 뽑는데 2만3000명 지원
제조업 분야 지원 경쟁 '3대 1' 수준
“고향 까오방에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어 왔습니다. 한국 농촌에서 선진 농업 지식을 쌓은 뒤 고향 농작물 생산량과 질을 향상시키고 싶습니다.”
9일 베트남 하노이 외곽 해외노동센터 교육장에서 만난 현지인 농티끼에우탐(20)은 한국 농업 현장에서 꼭 일하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려면 우선 이날부터 치러진 한국산업인력공단 주관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EPS-TOPIK)에서 80점(농업 분야 기준·200점 만점) 이상을 받아야 한다. 탐은 “첫 실전이라 떨리지만 몇 달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의시험을 친 만큼 자신 있다”며 시험 장소로 향했다. 이날 교육장은 탐처럼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시험에 응시한 20, 30대 청년들이 이른 아침부터 북적댔다.
고용허가제 한국어능력시험은 한국 파견 근로를 희망하는 젊은이가 통과해야 하는 ‘1차 관문’이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산하 해외노동센터는 올해 이 시험에 최근 10년 동안 최대 인원인 2만3,412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EPS)에 따라 올해 양국 정부가 합의한 인원(1만2,121명)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제조업에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양국은 제조업 분야에 6,344명을 뽑기로 했는데, 올해 1만9,228명이나 지원했다. 경쟁률이 3대 1인 셈이다. 841명을 선발하는 농업 분야에도 1,283명이 몰렸다. 건설과 어업에는 각각 340명, 2,558명이 지원했다.
이날부터 6월 중순까지 하노이, 호찌민, 다낭에서 치러지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은 2차 실기역량평가를 본다. 최종 합격자는 이르면 올해 말 한국 땅을 밟게 된다. 현장에서 만난 시험관은 “수년 전만 해도 한국, 일본에 가려는 인원수가 비슷했지만, 지금은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눈에 띌 만큼 많다”며 “꼭 붙고 싶다는 열의도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 노동 현장으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돈’이다. 노동보훈사회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평균 월 1,800달러(약 238만 원)를 번다. 약 800만 동(약 45만 원)인 베트남 근로자 월평균 소득(올해 1분기 기준)의 5배 이상이다. 베트남 내 일자리 문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VN익스프레스는 청년 실업률이 7.6%라고 전했다. 전체 실업률(2.25%)은 물론, 6%대인 한국보다도 높다.
한국 산업 현장이 만성적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만큼 베트남의 '한국행' 열기는 양국에 ‘윈윈’이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근로자의 불법체류 문제가 해결 과제다. 베트남 노동당국은 올해 북중부 하이즈엉성, 하띤성, 응에안성 등 4개성 8개 지역에서의 한국행 근로자 파견을 잠정 중단했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난해 이 지역에서만 70명 넘는 무단이탈자가 나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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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