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열병식은 초라했다...구식 탱크 달랑 1대, 묘기 비행도 생략

'군사력 과시'의 장으로 열병식 활용해 온 푸틴
올해는 무기, 병력 줄어... '군사력 부족' 방증

▲ 9일 러시아 전승절을 계기로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 퍼레이드에 구형 탱크 T-34가 참가하고 있다. 모스크바=타스통신 연합뉴스
5월 9일은 러시아의 전승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정권으로부터 옛 소련이 항복을 받아낸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매년 전승절에 열병식을 열어 자신의 권력과 러시아의 군사력을 과시했다.

그러나올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은 상대적으로 초라했다. 동원된 병력과 군사 장비 규모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최신 무기도 없었다.

푸틴 대통령이 전승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진짜 전쟁'이라고 규정하며 공격 강도를 끌어올릴 것처럼 말했지만 도리어 러시아의 어려운 처지만 보여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최첨단 무기' 사라지고... 달랑 '구형 탱크 1대' 동원
영국 BBC방송과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9일 열병식 퍼레이드에는 전차 51대가 참가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축소해 진행한 지난해 열병식에도 전차가 131대 나왔지만 규모를 더 줄인 것이다. 2021년엔 전차 197대가 동원됐다.

특히 2차대전에서 활약한 구식 탱크인 T-34가 나왔고, 그것도 1대뿐이었다는 것에 이목이 집중됐다. 군용 제트기의 묘기 비행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생략됐다.

이는 러시아의 무기 재고가 빠듯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텔레그래프는 알리오나 흘리우코 전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등의 의견을 토대로 "러시아 군사 장비들이 전쟁에서 산산조각 났거나 우크라이나에 투입돼 열병식에서 보여줄 게 없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과 1,000㎞가 넘는 전선을 맞대고 있다. 최근 미국 CNN은 러시아군이 극심한 무기 부족 탓에 1948년 제작된 구형 탱크 T-55를 박물관, 창고 등에서 꺼내 전선에 보낸다고 보도했다.

올해 열병식에 참여한 인원은 8,000명 정도다. 지난해(약 1만1,000명)보다 줄어든 것은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해 6주나 연기해 열병식을 치른 2020년(1만4,000명)보다 적다. 2008년 이후 가장 적은 인원이다. 동원된 인력 상당수가 군인이 아닌 사관학교 학생들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AP통신은 "예년과 달리 행사는 1시간도 안 돼 끝났다"고 전했다.


무기 없는데, 우크라 전력 향상... 전승절, 궁색한 러
최근 러시아가 푸틴 대통령의 거처인 크렘린궁으로 드론이 날아들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이 전승절을 축소하기 위한 핑계였을 것이라는 의심도 쏟아졌다. 무기 부족 현실을 은폐하고자 안보상 위협을 부각했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드론 공격은 우크라이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관련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대조적으로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바탕으로 전력을 크게 향상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4일 수도 키이우로 날아든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미국 등에서 지원받은 지대공 방공 체계 패트리엇 미사일로 격추했다고 주장했는데 미 국방부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고 9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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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