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는 ‘화보’ 촬영 중?…바빠진 행보 속 보도사진 논란

▲ 김건희 여사가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 국가별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조용한 내조’ 기조를 밝혀 온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 1주년을 기점으로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 첫해 소외계층을 돌보겠다며 봉사활동에 주력해 온 그는 최근 문화·예술 관련 일정을 기획하며 보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속 취재를 통해 기자단에 ‘보도 목적’으로 전달하는 사진이 화보 촬영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김 여사 단독 일정은 6건이었다. 윤 대통령과 함께 한 일정까지 포함하면 총 14일간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김 여사 단독 일정으로는 지난달 2일 서울맹학교 입학식에 참석과 3일 포항 하천정화 활동과 죽도시장 방문, 7일 국가무형문화재 가계 전승자들과의 오찬 행사다. 8일엔 3·8 세계 여성의 날 기념행사에, 9일엔 환경·동물보호 활동가들과의 오찬과 백신 외교의 날 행사에, 15일엔 재외문화원장 및 문화홍보관 관계자와의 오찬에 참석했다.


이달 들어서도 김 여사 일정은 빼곡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 4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전통공연·예술 분야 보유자, 이수자, 전수생 등 20명과 함께 오찬을 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우리 전통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전통공연 기회 확대와 지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겠다”며 “여러분들과 제가 문화인으로서 한팀이 되어 우리 문화 품격을 더욱 높여가자.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3일에는 윤 대통령과 함께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 만찬 자리에 참석했고,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1박2일동안 윤 대통령의 경남 통영(수산인의 날 기념식), 전남 순천(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대구(KBO 리그 개막전 시구·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 출장에 동행했다.

하지만 3~4월을 통틀어 김 여사 단독 일정 중 대통령실 기자단의 공동(대표) 취재를 허용한 것은 3월3일 포항 죽도시장 방문뿐이었다. 다른 일정에서 김 여사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누구와 함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실의 브리핑 자료나 전속 촬영 담당자가 내놓는 사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 사진이 과도하게 연출돼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1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막식 참석 전 김 여사는 단독 일정으로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전시 연출 경연대회에 출품된 정원 작품과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국가별 정원을 둘러봤다. 정원가들과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후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현장을 둘러보는 사진을 22장 공개했는데 대통령의 배우자 행보에 담겨 있어야 할 ‘공적 메시지’가 담겨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전속 사진작가로 일했던 장철영 행정사는 지난 5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순천만인지 (장소를) 알 수 없는 사진들이 6장”이라며 “개인 에스엔에스(SNS) 홍보용 사진도 아니고 뭘 알리자는 건지 뭘 홍보하자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김 여사의 전속 사진은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순방 때도 입길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김 여사는 정상 배우자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개별일정으로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로타군의 집을 방문해 사진을 촬영했는데 ‘아동의 빈곤 상황을 이용한 부적절한 일정’이란 비판과 함께 ‘오드리 헵번 코스프레’ 논란이 일었다. 사진 구도와 옷차림이 영화배우인 오드리 헵번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6일 <한겨레>에 “김 여사 행보를 통해 관심도를 끌어올리고자 하지만 취재 허용시 나타날 수 있는 돌발 상황은 우려하면서 사후 전속 자료만 공개하는 상황”이라며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은 대통령을 보완해 사회적 약자나 그늘진 곳을 돌보고 국민 통합에 기여하는 등 대통령 리더십을 보완해주는 것인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김 여사는 6일 열린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참석은 고심 끝에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앞서 김 여사가 지난달 31일 강기정 광주시장에게서 광주비엔날레 개막식 초청을 받고 방문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으나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참석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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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