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기본군사훈련단 훈련병 교육 중
“생활관까지 10초내 헤쳐” 명령…중대별 380명씩 전력 질주
뒤엉키며 부상 속출…해당 소대장, 훈육업무 제외
2일 공군교육사령부와 공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저녁 공군 845기 3대대 훈련병 약 1400명은 소연병장에 모여 다음 날 예정된 유격훈련을 위한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당시 교육을 주관하던 A소대장은 조교의 유격 자세 시범을 보던 훈련병들의 군기가 흐트러졌다면서 중대별로 ‘10초 안에 생활관으로 헤쳐라’고 명령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던 3중대 훈련병 B씨는 “일부 훈련병들이 조교의 시범과 기합이 얼핏 우스꽝스럽게 보이자 키득거렸다”면서 “이에 화가 난 소대장은 조교 시범이 끝나자, 3중대부터 10초 안에 복귀하라고 명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연병장에서 각 중대 생활관 건물까지는 전력 질주를 해도 중대 인원 약 380명이 10초 안에 들어가기 어려운 거리였다는 게 훈련병들의 얘기다.
B씨는 “(10초 안 복귀 지시가) 단지 말뿐인 줄 알고 평소 속도로 복귀하려고 했는데, 소대장이 실제로 10초를 세기 시작했다”면서 “상황을 뒤늦게 파악하고 전력 질주했지만, 복귀에 실패한 대부분의 동기들은 얼차려를 받았다”고 전했다.
3중대 상황을 본 나머지 1,2,4 중대 훈련병들은 ‘얼차려’를 면하고자 무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전력 질주는 생활관 내 좁은 계단까지 이어졌고, 수백명이 뒤엉키면서 넘어지고 밟히는 난장판이 벌어졌다.
공군 기본군사훈련단 안전방침상 계단에서 뛰는 것은 금지돼 있음에도, 당시 소대장은 ‘10초 세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훈련병들은 토로했다.
2중대 훈련병 C씨는 “주변에서 밀지 말라는 고함과 비명이 오갔다”면서 “한 동기는 계단을 오르면서 앞사람 발에 얼굴을 가격당했다”고 전했다. 1중대 훈련병 D씨는 “현장에서 큰일 날 것 같다고 느꼈다”면서 “소대장도 지시한 뒤 당황한 것 같아 보였다. 그렇지만 일단 명령을 내린 상태라 어쩔 수 없었던 듯싶다. 안전을 위한 추가 지시를 내리지 않아 혼란이 가중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부상자도 속출했다. 공군교육사령부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고로 총 7명의 부상자가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깨 탈골, 치아 마모, 손목과 무릎에 타박상 등을 입어 외래 진료를 받은 뒤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훈련병들은 국민일보에 “사고 당일 저녁 생활관 인원 대부분이 다리를 절었다” “얼굴을 밟혀서 코피가 나는 사람도 있었다” 등 피해 상황을 제보했다. 단순 찰과상 등 경상자까지 합치면 실제 피해는 더 컸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훈련병들이 접수한 블루벨(부당한 일을 당했거나 시설 이용에 문제가 있을 때 중대장에게 알리는 창구) 신고 건수는 15건으로 확인됐다. 교육사령부에 따르면 블루벨 신고 건수는 한 기수당 평균 12건이 접수되지만, 이번 사건을 겪은 845기에서는 거의 세배 수준인 35건이 접수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17일 이후에야 공군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공군갤러리 등을 통해 이른바 ‘10초 사건’으로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당사자인 훈련병들이 훈련 기간 인터넷을 쓰지 못하다가 훈련이 끝나면서 뒤늦게 온라인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공개된 것이다.
누리꾼들은 군 내 안전 불감증 등이 결국 터져 나온 것이라며 공분했다. “나 때도 빨리 들어가라고 해서 넘어지며 다쳤는데 소수라서 그냥 넘어갔다” “터질 게 터진 것 같다”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넘어가선 안 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공군교육사령부 관계자는 “지난 1일 845기 훈육과정에서 훈육관의 안전 부주의로 소수의 훈련병이 부상을 입은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훈육 요원들의 안전의식을 더욱 높이고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공군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소대장과 조교들을 대상으로 ‘올바른 훈육문화 간담회’를 실시하고 안전에 대한 유의사항을 담은 강조문서를 각 훈육담당관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10초 안에 복귀’를 지시한 A 소대장은 사건 다음 날 3대대 병사들이 모인 강당에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은 이후 교육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A 소대장을 훈육업무에서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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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