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재판 내내 “이재명씨” 호칭…서로 눈도 안 마주치며 외면

대장동 사건 뒤 법정서 첫 대면
李 “패키지여행 갔다고 다 친한가” VS 柳 “故김문기, 李와 스스럼없는 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시작된 뒤 법정에서 처음으로 대면했다. 이 대표 측근을 자처하다 돌아선 뒤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쏟아내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은 재판 내내 ‘이재명씨’라고 부르며 “성남시장 시절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한 이 대표 주장을 반박했다.


유씨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3회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대표와 김문기 공사 개발1처장의 관계를 증언했다.


검찰은 2010년 3월 경기 성남시 분당 지역의 신도시 리모델링 설명회를 다룬 언론 기사를 제시하면서 “당시 성남시장 후보였던 피고인(이 대표)도 설명회에 참석했고, 김문기씨도 참석하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이에 유씨는 “(두 사람이) 참석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유씨는 “김문기씨한테 ‘이재명씨와 따로 통화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제가 행사 주최자라 너무 바빠서 이분들이 설명회에서 따로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씨가 이재명 피고인과 따로 통화한다고 말한 것은 어떤 경위로 들었나”라고 묻자, 유씨는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처장이) ‘나하고도 통화했다’는 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도 했다.

유씨는 이 대표가 성남시장에 당선되고 김 처장이 공사에 입사한 뒤로 김 처장과 함께 여러 차례 성남시를 찾아가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검찰이 “이재명 피고인이 공사 직원이 된 김문기를 기억하는 것처럼 행동하던가”라고 묻자, 유씨는 “알아봤다고 생각한다. 세미나도 같이 했고 못 알아볼 사이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또 2015년 이 대표, 김 처장 등과 함께 호주, 뉴질랜드로 출장갔던 당시 상황도 증언했다. 검찰이 뉴질랜드 오클랜드 알버트공원에서 이 대표와 김씨가 나무를 양쪽에서 감싸안고 서로 손을 잡은 사진을 보이며 당시 상황을 묻자, 유씨는 “공원에 거목이 많아 길이(둘레)를 재는 모습”이라며 “사진에서 보듯이 (두 사람이) 서로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 측은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김 처장과 나란히 나온 ‘골프 사진’이 조작됐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 대표의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김 처장과 호주, 뉴질랜드에 함께 출장을 다녀와 친분이 있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패키지여행 가면 매일 같은 차를 타고 같은 호텔에 묵고 식사하지만, 친해지지는 않는다”고 반론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국민의힘이 피고인이 골프 모자를 쓰고 있다고 해서 4명 부분을 따로 떼어 골프 사진이라고 공개했다”며 “그러나 이 대표는 이날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앞서 2021년 12월29일 종편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4명 사진을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공개했던데 확인을 해보니 일행 단체사진 중 일부를 떼어낸 것”이라며 “조작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 변호인은 “수행비서 김모씨가 골프를 치지 않기 때문에 넷이서 골프를 쳤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공표 내용은 ‘사진을 떼어냈더군요. 조작한 거지요’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골프를 했는지 안 했는지가 아니라 사진을 조작했다는 취지다.

이 대표 변호인은 호주 출장 당시 찍은 또 다른 단체사진을 제시하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따라다녔다면 바로 옆에 있을 텐데 떨어져 있다”며 “‘패키지여행 갔으니까 친하겠네’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주 보는 장면도 없이 같은 프레임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아는 사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김 전 처장을 모른다’고 말했다는 검찰 주장을 두고도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대장동 개발사업 핵심 책임자이자 실무자였다고 여러 번 얘기했다”며 “(이 대표 발언은) 김 전 처장이 보좌직원 중 하급직원이라 얼굴을 알지 못했다는 건데 검찰이 이를 ‘보좌받은 적 없다’로 해석해 기소했다”고 했다.

이어 “어떻게 창조적으로 해석해야 이런 결론이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며 "검찰이 주장하는 공표 자체가 행해지지 않았다”고 거듭 밝혔다.

이 대표 변호인은 정치인이나 변호사라는 직업 특성을 고려할 때 김 전 처장의 휴대전화에 이 대표의 휴대전화 번호가 저장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를 아는 사이로 단정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날 유씨가 증언하는 동안 유씨를 바라보지 않았다. 이 사건 첫 증인으로 출석한 유씨의 진술이 이어지는 내내 이 대표는 자료만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자신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씨에게 직접 질문한 것과 달리 이 대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유씨 역시 검찰을 바라보며 신문에 임했다.

재판부는 오는 14일 한 차례 더 유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추후 재판에서는 정민용 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 등이 증인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