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안보실장 전격 사퇴…"국정운영 부담 안됐으면 한다"
외교·안보라인 이상 기류…결국 수장까지 교체
방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서둘러 후임 인선
후임에는 '미국통' 조태용 주미대사
김 실장은 이날 오후 5시쯤 본인 명의의 언론공지를 통해 "오늘부로 국가안보실장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1년 전 대통령님으로부터 보직을 제안 받았을 때 한미동맹을 복원하고 한일관계를 개선하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한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며 "그런 여건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국빈 방문 준비도 잘 진행되고 있어 새로운 후임자가 오더라도 차질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저로 인한 논란이 더 이상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공지가 나온 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6시쯤에 김은혜 홍보수석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의 사의 수용과 후임자인 조태용 주미대사 내정 사실을 전했다. 김 수석은 "윤 대통령이 김성한 실장의 사의를 고심 끝에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근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과 이문희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이 교체되는 등 외교·안보라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된 가운데, 전날에는 김 실장 거취론까지 불거졌다. 대통령실은 김 실장 교체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지만 하루 만에 김 실장이 전격 사퇴하면서 여러 면에서 급작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당초 어제 말한 것처럼 안보실장 교체를 검토한 바 없다"며 "그러나 김 실장이 외교와 국정운영에 부담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라고 밝혔다.
외교·안보라인에 대한 잡음은 다음 달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주요 일정이 누락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백악관 측에서 걸그룹 블랙핑크와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협연을 제안했는데 외교안보 라인이 보고를 누락해 행사 조율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행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배우자인 질 바이든 여사가 각별한 관심을 갖고 추진한 것으로 전해져 이를 놓친 것은 심각한 문제였다는 것이 대통령실 내부의 기류이다. 이와 관련해 의전 및 외교비서관이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실책은 김 실장에게까지 '책임론'으로 불거지며 교체 가능성이 검토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대통령실 내에서는 다음 달 가장 중요한 외교 일정인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를 앞두고 외교·안보 라인 수장을 교체하는 건은 이르다는 시각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한미정상회담 개최 논의를 위해 지난 5~9일 3박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주요 일정과 의제 등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체를 하더라도 방미 이후 시점이 적절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로 김 실장 거취설이 대대적으로 불거지면서 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렸고 방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서둘러 후임을 인선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미 문제가 커진 상황에서 정상회담까지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후임을 검토해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이번 주 들어 기류가 바뀐 것이 사실"이라며 "마침 조태용 대사가 재외공관장회의 참석차 국내에 있어 서둘러 인선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실장 본인도 논란을 안고 한미정상회담까지 외교·안보 라인을 끌고 갈 경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고민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제가 알기로 만류했다"며 "본인이 고수해 윤 대통령이 수용했다"라고 밝혔다.
신임 안보실장 '미국통' 조태용 주미대사…"업무 공백 없을 것"
신임 안보실장으로 내정된 조태용 주미대사는 대미·북핵 문제에 정통한 직업 외교관 출신이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14회로 합격해 외교부 북미국장, 북핵6자회담 수석대표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때 외교부 1차관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을 거쳐 2020년 21대 국회 국민의힘 비례대표를 지내다 윤석열 정부 초대 주미대사로 임명됐다.
조 신임 실장은 30일 바로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해 인수인계를 시작하고 업무에 착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 대사는 그간 현직 주미대사로 방미 준비에 깊게 관여하는 등 공백은 크게 없을 것이란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주미대사를 하신 '미국통'으로 업무에 차질이나 공백이 없이 업무를 훌륭히 수행하실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여권 관계자 역시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큰 외교 행사를 앞둔 상황에서 적절한 후임 인사"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공석이 된 주미대사 인사는 속도를 낼 예정이다. 김은혜 수석은 "후임 주미대사는 신속하게 선정해 미국 측에 아그레망(agrément·주재국 부임 동의)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 안보 수장 교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윤 대통령은 또 다른 부담을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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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