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하는 시멘트 수급 불안…레미콘·시멘트사 모두 '분통'

레미콘 "받는 양 절반으로 줄었는데 현장은 서로달라 아우성"
시멘트 ESG 투자로 생산량↓…화물연대 파업에 재고 못쌓아
'가격인상 전략' 의혹도 제기…시멘트 "말도 안 돼…공급 총력"

▲ 서울의 한 재개발단지 공사현장에서 레미콘 트럭이 운행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멘트 수급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레미콘·시멘트 업계 모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레미콘 업계에서는 건설현장의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시멘트 공급이 감소해 어려움을 토로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멘트 회사들이 개·보수를 이유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것이 가격 인상을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반면 시멘트 업계는 설비시설 개조 및 작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량 감소 및 재고 부족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일각에서 주장하는 가격인상을 위한 꼼수라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다.


“레미콘 생산능력은 최대…시멘트 공급 부족에 압박 시달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레미콘 업계는 성수기를 앞두고 시멘트 수급이 급감해 ‘난리가 났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서는 예년보다 시멘트 공급량이 절반이나 줄어들었다는 얘기까지도 나온다. 대규모 레미콘 회사나 시멘트 회사와 계열관계인 곳은 그나마 물량 확보가 가능하지만 지방 중소 레미콘업계는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문제는 건설 현장에서 예년보다 많은 양의 레미콘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된 현장들이 평소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공사를 진행할 여건이 되자 공기를 맞추기 위해 서둘러 물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거래되는 레미콘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레미콘 수급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한 회사들이 레미콘 회사에 우선공급해달라는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며 “시멘트 수급만 원활하면 괜찮은데 원재료인 시멘트가 부족해 레미콘 제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사규모가 큰 현장일수록 레미콘 공급 부족이 심화한다는 평가다. 레미콘은 끊어서 시공하기보다 한번에 이어서 투입해야 건축물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데, 시멘트 수급이 원활치 않아 불확실성이 큰 만큼 대규모 공사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공공현장에서 레미콘 부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관에 공급하는 레미콘이 민간에 공급하는 것보다 가격 경쟁력이 없어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지만 공공에서는 주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는 분석이다.

한 중소 레미콘사 대표는 “시멘트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레미콘 출하가 평소보다 20% 넘게 급감해 건설현장 공급에 어려움이 크다”며 “유연탄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시멘트사들이 향후 시멘트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설비보수를 핑계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시멘트 “설비 보수까지 미루면서 공급 총력 중인데…”

시멘트 업계가 제한 출하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설비 투자 및 개보수와 연관이 있다.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킬른(소성로) 보수와 탄소중립을 위해 설비를 개조하는 작업 두 가지가 이뤄지면서 가동률이 떨어졌다.

통상 킬른 보수에는 1~1.5개월 정도가 걸리고 친환경 설비 개조에는 약 4개월 가량이 소요된다. 시멘트사들은 보통 비수기에 설비를 점검해 성수기를 대비한다. 이와 동시에 성수기에 물량이 몰릴 것을 대비해 재고량도 쌓아 놓는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인해 재고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금의 사태에 이르렀다.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오히려 많아지다 보니 차질을 빚게 된 형국이다.

친환경 설비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탄소중립이라는 범국가적 추세에 따라 미루기 힘든 과제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사에 들어가는 자잿값이 인상되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꼭 해야만 하는 사업이라 가급적 빨리 진행하는 게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 투자를 빨리 마무리할수록 환경 부담금도 줄일 수 있고 순환자원으로 유연탄을 대체하면서 원가 절감 효과까지 볼 수 있다”며 “시멘트사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게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게임 체인저로 거듭날 기회를 얻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시멘트 업계는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데에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재 하루에 생산한 양을 전부 출하하고 있을 정도로 여유를 부릴 상황이 아닌 만큼 수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 1위 쌍용C&E(003410)는 해외 수출 물량 수만 t을 내수로 전환했다. 이달 진행하려던 설비보수도 긴급한 보수만 실시한 뒤 장마 기간으로 미루는 결정을 하기도 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과 무관하게 고정비용은 똑같이 소요된다”며 “현장에서 시멘트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업계가 전략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을 위해 꼼수를 부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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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