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민교협 “헌법적 질서·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어”
서울대 민교협은 8일 오전 성명서를 내 “윤석열 정부는 굴욕적이고 위험한 강제동원 판결 관련 해법을 철회하라”고 했다. 앞서 지난 6일 외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한국 민간 기업의 기부금으로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민교협은 이 방안에 대해 “당사자인 일본 기업의 책임 언급이나 판결 이행 요구가 없다는 점에서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짓밟은 결정”이라며 “사법부의 권위나 삼권분립의 원칙 등 헌법적 질서에 대한 존중이 온데간데없이 실종됐으며, 생존한 피해 당사자인 소송 원고의 반발이 보여주듯이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도 없는 일방적인 해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미쓰비시 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 ‘희생자 1명에게 1억∼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내렸다. 일본은 1965년 한일 양국 간 청구권 협정 체결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입장이었으나, 한국 법원은 국가 간 청구권 협정과 별개로 일본의 불법 식민지배에 대한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일본 기업들은 이행을 거부했고, 피해자들은 ‘해당 기업의 국내자산을 압류·매각해 배상금을 지급하게 하라’는 취지로 소를 제기했다. 이후 일본이 2019년 한국 수출 규제에 나서자, 문재인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하면서 양국 관계는 더 경색됐다.
단체는 정부의 이번 방안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것을 우려했다. 민교협은 “현 정부는 한일 관계 악화의 모든 책임이 직전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편견에 찬 인식 위에서 그동안 어렵사리 진행되어 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완전한 실패로 규정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며 “(정부 해법이) 북미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정치적·군사적 긴장을 부추김으로써 한반도 안보를 불안과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천만한 정치적 선택”이라고 짚었다.
또 단체는 “정부의 해법은 문제의 해결이 결코 아니며 새로운 문제와 갈등의 시작일 뿐”이라고 했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들이 제3자 변제 방식의 배상금을 받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앞으로 한국 정부와 피해자들 사이에 또 다른 법정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교협은 “윤석열 정부는 6일에 발표한 해법이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고, 피해자 중심 문제 해결이라는 국제사회의 인권 규범을 따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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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