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보다 큰 신형 열차 주문한 황당 ‘탁상 행정’… 스페인 교통차관, 철도회사 대표 줄사퇴

▲ 스페인 국영 철도 렌페의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국영 철도회사가 자국 철도망의 터널 폭도 고려하지 않고 훨씬 큰 신형 열차를 주문한 사실이 들통나 관련 책임자들이 줄사퇴하는 촌극을 빚었다.

20일(현지시간) A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스페인 철도회사 렌페의 아시아이스 타보아스 대표가 논란 끝에 사퇴했다. 이사벨 파르도 스페인 교통부 차관도 덩달아 사퇴했으며, 철도 운영사 아디프의 고위 담당자 2명도 사직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줄사퇴는 잘못된 철도 차량 주문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 교통부는 2020년 아스투리아스, 칸타브리아 주에 투입할 협궤열차 31대를 철도 차량 제조업체 CAF에 주문했다. 예산 총액 2억5800만 유로(약 3349억 원)에 이르는 큰 발주였다.

그러나 발주한 철도 차량의 사양이 철도망에 포함된 일부 터널의 폭보다 훨씬 커 운행이 불가능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CAF가 렌페가 주문한 열차 규격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열차가 투입될 예정인 스페인 북부 산악지역은 19세기에 철도망이 건설됐다. 이 때문에 터널 크기가 다양하고 현대 규격에 맞지 않는 사례도 있다.

황당한 ‘탁상 행정’ 사실은 지난달 현지 언론 엘코메리코 등을 통해 폭로됐다. 철도공사가 터널 크기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큰 열차를 주문했다는 사실에 여론이 들끓었다.

스페인 교통부는 열차가 아직 본격 생산되기 전에 문제가 발견된 만큼 추가로 혈세가 투입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결국 관련 책임자들이 성난 여론에 등 떠밀려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스페인 교통부가 터널 크기를 반영해 새로운 열차 설계를 요구함에 따라 열차 배송은 최소 2~3년 지연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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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