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전기차'에 중국 배터리?…변심한 포드 "K-배터리 탓"

▲ 포드 관계자가 LFP배터리(왼쪽)와 NCM 삼원계 파우치형 배터리를 비교하는 모습 /사진=포드
포드의 주력전기차 모델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결함 사유에 대한 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콕 집어 '배터리(이차전지) 탓'이라고 발표한 포드의 이례적 행보에 배터리업계의 우려가 커진다. 포드가 생산중단을 책임공방으로 몰고 가는 배경에 중국 CATL과 협력 확대를 위한 명분 쌓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포드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출고 전 품질 점검에서 잠재적인 배터리 품질 문제가 나타나 조사 중"이라면서 "자동차 생산을 일시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지난주 초부터 F-150 라이트닝이 생산되는 미시간주 디어본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F-150 라이트닝에는 SK온 조지아 1공장에서 생산된 NCM(니켈·코발트·망간) 삼원계 파우치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1공장은 SK온이 26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해 미국에 설립한 첫 배터리 공장이다. 2019년 착공, 지난해 양산에 나섰다. 현재 이곳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 전량이 F-150 라이트닝에 들어간다.


F-150 라이트닝은 포드의 주력 제품일 뿐 아니라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육성 의지의 상징이다. 포드는 SK온 조지아 1공장 가동에 발맞춰 디어본 공장에서 F-150 라이트닝 생산에 나섰다.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곳 공장을 방문해 F-150 라이트닝을 시운전하는 모습을 국민들 앞에 선보이고 전기차 산업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보였다. 업계는 그런 만큼 '배터리 탓'이라는 포드 발표를 의아하게 본다. 전기차 결함의 사유는 다양하다. 차체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거나 차량에 탑재된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문제면 결함은 완성차 책임이다.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배터리의 어떤 부분이 결함인지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넘겨짚기 식으로 접근한다면 자칫 배터리사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래서 완성차 회사들은 대외적으로 '배터리 결함'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극도로 조심스럽다. 포드는 달랐다. 공식 입장을 내고 직접적으로 '배터리 결함'이라고 했다.

SK온과 포드의 동맹은 역사가 깊다. 배터리 합작사(JV)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미국 테네시·켄터키 지역에 43GWh 규모의 공장 3기를 짓고 있다. JV를 통한 유럽 공략도 추진했다. 이상이 감지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양사가 추진하던 터키 배터리 프로젝트가 결렬됐다. SK온을 대신해 LG에너지솔루션과 논의가 시작됐다.

생산중단 성명 발표 하루 전에는 포드가 35억달러(약 4조5000억원) 투자금 전액을 부담하고 CATL이 개발·생산 노하우를 보태 미국 미시간주 마샬(Marshal)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SK온이 생산하는 NCM 배터리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값이 싼 LFP 비중을 키우겠단 의지도 드러냈다. 한 업계관계자는 "미국은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면서 그 수익이 중국이 차지하는 것을 막고 자국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시행했다"면서 "미국의 대표 완성차 브랜드인 포드는 이에 저촉하지 않는 '꼼수'를 찾아내면서까지 CATL과의 파트너십 구축에 매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LFP를 통한 경제성 확보가 아무리 중요해도 민주당 행정부뿐 아니라 공화당까지 CATL을 견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번 포드의 행보가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면서 "불과 하루 만에 SK온에 부담이 되는 발표를 내놓은 포드의 의도가 CATL과의 파트너십에 명분을 쌓기 위한 다분히 정치적인 메시지는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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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