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지정기록물 해제 앞두고 대통령기록관장 직위 해제

행안부,내부 감사 후 심성보 관장 중징계 요청...노무현재단, TF 구성 "대통령 대리인 지정 준비"

▲ 세종시 어진동에 있는 대통령기록관 전경
노무현 전 대통령의 15년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 시점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심성보 대통령기록관장이 직위 해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0만 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대통령지정기록물 해제 작업이 잡음 없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기록관장 부재 상황을 파악한 노무현재단 측은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아래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말 심성보 관장을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요청하면서 1월 5일자로 관장 직위에서 해제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께부터 행안부 감사관실은 심 관장에 대해 내부 감사를 진행했다. 징계 요청 사유는 부당업무지시 및 갑질로 알려졌다. 대통령기록관은 1월 17일자로 행정기획과장이 관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다. 심 관장에 대한 징계의결요구안은 현재 중앙징계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대통령기록관 주변에서는 이를 심 관장에 대한 해임 수순으로 보고 있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대통령기록관장에 대해 해임을 상정하지 않고는 이렇게 진행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기록관리학계 전문가는 "심 관장과 내부 직원들 사이에 업무를 놓고 갈등이 있었던 모양인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이 해임 사안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록관리학 전문가인 심 관장은 외부 공모를 통해 문재인 전 대통령 시기인 2021년 9월 취임해 5년 임기 중 1년 4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현 정부는 심 관장에 대해 '임기말 알박기 인사'로 공공연히 지목해 왔으며, 특히 지난해 11월 문 전 대통령의 풍산개 반환 상황을 거치며 더욱 불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공교롭게도 풍산개 이슈가 떠오른 때와 심 관장에 대한 행안부 내부 감사 시기가 겹친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의 감사원이라면 언젠가 대통령기록관을 감사하겠다고 나설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15년 지정기록물 10만 건 이상, 2월 25일 해제

무엇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 15년 지정기록물 해제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이를 주관하는 대통령기록관장의 직위가 해제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기록물의 해제일은 오는 2월 25일로, 그 규모는 12만~15만 건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제도를 기초한 노 전 대통령의 지정기록물이 15년이 지난 후 처음으로 대규모 봉인 해제된다는 점에서 정치·사회·학술적으로 의미가 크다. 심 관장은 그동안 내부 직원들을 독려하는 등 이에 대해 의욕적으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측에서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이미 이지원 기록유출 논란(2008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2013년) 등 대통령기록물로 인해 정치적 공격을 받았던 트라우마가 있다.

노무현시민센터 고위 관계자는 "15년 지정기록물 해제를 대비하는 TF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대통령기록관장을 자기네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교체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대통령 유고시 지정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는 대리인을 유족들이 지정하는 제도가 있다. 지금 그 대리인 지정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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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