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철 평론가(사진)가 꼽는 자신의 경쟁력은 ‘정보’다. 대통령실과 국회에서 일하는 선후배를 취재할 수 있었다. ‘보수 참칭 패널’로 불리는 지금은 내부 취재가 어렵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방송에 나올 때면 자신을 ‘진짜 정말 보수 우파 패널’이라고 소개하곤 한다. 이유를 물으니 “보수 우파를 정말로 좋아하고 사랑해서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보수 정당은 장 평론가가 20여 년간 몸담았던 일터다. 1996년 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공채 1기로 사무처 당직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배치받은 곳이 대변인실 자료분석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새로 생긴 부서였다. 당시 막내 간사로서 부장이던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와 1년 넘게 손발을 맞추며, 대변인 성명과 논평의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초안을 썼다. 2000년부터는 당 사무처에서 국회로 자리를 옮겨 이부영·이혜훈·김무성·서용교·최경환 의원실에서 일했다.
장 평론가는 박근혜 정부 시절 핵심 참모 그룹 ‘십상시’로도 분류된 적이 있다. 2006년 박근혜 후보 대선 경선 캠프, 2012년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서 공보팀장으로 일했다. 박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장 평론가를 두고 ‘친박 핵심 인사에게 깊은 신망을 받는 숨은 실세’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2년 대선 당시 최경환 전 의원이 박근혜 후보의 비서실장 역할을 했다. 그때 최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고,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을 실질적으로 도우면서 정무적 판단이나 공보의 방향을 수시로 보고할 수 있었다.”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청와대에 가서 국가 운영을 돕고 싶다는 목표가 있었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후보가 정권을 가져올 확실한 후보라고 생각했다.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했지만, 청와대에는 가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이, 그가 이부영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이라는 점을 꺼렸다고 들었다(한나라당 원내총무·부총재를 지낸 이부영 전 의원은 2003년 탈당해 열린우리당에 합류했다). 그는 “말을 호락호락 듣지 않아” ‘문고리 3인방(안봉근·이재만·정호성)’의 견제가 있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지금이 그때랑 비슷하다.” 장 평론가는 최근 국민의힘 주요 국면에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대표되는 당의 주류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징계 이후 비대위 구성과 윤석열 대통령의 ‘이 ××’ 발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룰 개정 등을 비판했다. 지지자를 제외하면, 정부와 당(국민의힘)의 잘못을 옹호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납득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 경선 룰을 ‘당원 100% 투표’로 바꾸던 지난해 12월22일,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각 방송사에 공문을 보냈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보수·진보 패널 간 균형을 맞춰달라’는 내용이었다. 정 위원장은 패널 불균형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을 비아냥거리고 집권 여당을 욕하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를 자처할 수 있나? 이들은 보수 참칭 패널, 자칭 보수 패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공문에 특정인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언론에선 대표 ‘보수 참칭 패널’로 장성철 평론가를 꼽았다. 그는 여권 인사가 방송사 관계자에게 ‘장성철 언제까지 출연시킬 거야?’라는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블랙리스트’로 인식될 수 있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하자 곧바로 법적 공방으로 치달았다. 국민의힘은 장 평론가에게 민형사상 조처를 하겠다고 나섰다. 장 평론가는 1월5일 당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고 경찰로부터 통지받았다.
장 평론가가 보기에 ‘가짜 보수’는 윤석열 정권에서 주류가 된 세력이다.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중도층으로 계속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몰두해 있지, 보수 진영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다. 선거와 보수 우파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고 (정부와 당의) 잘못에 눈감는다. 자기와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내쫓아서 당의 외연을 축소해버린다.”
20여 년간 보수 정치권에서 일한 장 평론가가 보기에 보수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면 보수이고, 비판하면 가짜 보수라는 식으로 이념을 재단하는 건 옳지 않다. 정치는 의견이 다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하고 배제하는 게 아니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드는 것, 최소한 반대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정치의 본질이다. 배척과 대립, 갈등으로는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
장 평론가는 당직자·보좌진으로 일할 때 대개 공보(언론 대응)와 정무 기획을 담당했다. 2014~2016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시절에는 당대표실 부실장으로 일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비박’이어서 정권의 견제를 많이 받았다. 보수 패널들은 대부분 ‘친박’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다. 장 평론가는 “비판적 언론 보도가 달갑지 않은 것은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는 보수 패널 30여 명에게 일일이 연락해 대표의 정책과 입장을 설명했다. 대표가 패널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기도 했다. 지금처럼 방송사에 공문을 보내는 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2017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했다. 김 전 대표를 보좌하던 장 평론가도 새누리당을 나갔다. 바른정당엔 입당하지 않아 새누리당이 마지막 당적이다. 새누리당 계열 보수정당을 떠나 다른 정당에 가입하는 게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했다. 이듬해인 2018년, 정치권을 떠났다. “탄핵 이후에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만들었던 대통령이 국민에게 버림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동기, 의지가 모두 사라졌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 줄 알았는데” 2019년 1월부터 정치평론가 생활을 시작했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보수 진영을 위해 정치평론과 정책 대안 제시를 하고 싶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장 평론가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지금은 TV·라디오·유튜브를 통틀어 일주일에 20곳 이상 방송에 나간다. 보수 종편 채널에는 한 군데도 출연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공문을 발송한 뒤로 현재까지 장 평론가를 ‘해고’한 방송사는 없지만, 방송 관계자가 곤혹스러워하고 불편해하는 기색을 느낀다. 장 평론가는 지금껏 평론가로서 자신의 경쟁력을 ‘정보’라고 꼽았다. 대통령실, 국회에서 일하는 선후배를 취재해 정보를 전할 수 있었다. 지금은 내부 취재가 어려운 상황이다.
장성철 평론가는 공문을 보낸 국민의힘 관계자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나 미디어국 실무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은 아니다. 프로그램 성격에 맞게 패널을 선정하는 건 방송사의 권한이다. 자유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권에서 ‘말할 자유’를 억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부적절하고 잘못됐다는 역사적 기록을 남기고 싶다. 권력을 가졌다고 마음대로 방송사와 패널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착각은 버리고,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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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