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22만원" 난방비 쇼크…일부러 춥게 살았는데 왜

올겨울 난방비 폭증이 현실화하면서 고지서를 받아 든 주민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예고됐던 것이지만, 예상보다 큰 증가 폭에 놀란 이들의 원성이 폭발한 것이다.

서울 신창동에 사는 직장인 백모(32)씨는 1인 가구인데도 22만8870원이라는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 전년 같은 달 대비 사용량은 비슷했지만, 가스요금은 6만원 이상 늘었다. 백씨는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가스비까지 이렇게 나오니 살 맛이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고양시 주엽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회사원 이모(31)씨는 2021년 12월 7만5852원이었던 난방비가 1년 만에 13만8091원으로 올랐다. 사용량은 약 31% 늘었는데, 난방비는 82%가량 증가했다.


서울 목3동의 한 다세대주택 원룸에서 홀로 사는 직장인 김모(32)씨도 최근 도시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보곤 깜짝 놀랐다. 관리비와 전기·수도요금을 합친 금액보다 더 큰 숫자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김씨에게 청구된 도시가스요금은 13만3400원. 사용량은 1.5배 늘었는데, 요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 김씨는 “사용량에 비례해 돈을 내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생활비 타격이 크지만, 난방을 하지 않으면 얼어 죽을 지경이라 식비를 아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난방비 폭등에 따른 충격은 온라인에서도 화제가 됐다. 지난 21일 서울 마곡동 주민들이 활동하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12월분 관리비 명세서를 올리며 ‘난방비 폭탄’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주민은 전월 대비 4배 가까이 뛴 12만3620원이 나왔다며 “항상 실내온도를 22, 23도로 맞춰놓고 살았는데 난방비 폭탄이다. 우리 집만 이런가”라고 썼다. 해당 글엔 “이제 보일러를 다 끄고 지내야 할 것 같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지난해보다 난방을 적게 사용했는데도 비용은 10만원 더 나왔다”(포털사이트 블로그)는 글도 있었다.


이 같은 난방비 급증 뒤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LNG(액화천연가스) 평균 가격은 MMBtu(열량단위)당 34.24달러로 2021년(15.04달러)보다 128% 상승했다. 지난해 국내 가스 수입액을 합치면 567억달러(약 70조원)로 전년 대비 84.4% 증가했다. 역대 최대다. 가스를 비싸게 사 오다 보니 가스·열 요금도 줄줄이 인상됐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용 가스요금을 메가줄(MJ)당 5.47원 올렸다. 증가율은 38.4%다. 지역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열 요금도 1년새 37.8% 올랐다.

가스요금 인상을 최근 몇 년간 억제했지만, 수입단가 급등으로 가스공사 재정 상황이 악화하면서 더는 버틸 수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8000억원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수금은 가스 판매 가격을 낮게 책정한 데 따른 일종의 영업손실이다.


일단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은 겨울철 난방비 부담, 전기요금 인상 등을 감안해 동결됐다. 하지만 2분기 이후엔 추가 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앞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전기·가스요금 조정안 설명문에서 “한전과 가스공사 경영을 정상화하고, 에너지 공급 지속성을 확보하는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4일 “직전 문재인 정부에서 2~3배가량 가스 가격이 오를 때 가스비를 13%만 인상해서 적자가 9조까지 늘어나는 등 모든 부담이 윤정부에게 돌아왔다”고 했고,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은 “정부가 긴급하게 재난예비비라도 편성해서 난방비 급등에 어려운 취약계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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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