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74일간 수사 6명 구속...참사 원인은 '군중 유체화'

행안부장관·서울시장·경찰청장 등 '윗선'은 무혐의

이태원 참사 책임 규명에 나선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 17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면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수본은 이달 말까지 압수물 기록 정리 작업 등을 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13일 오전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하는 등 예방적 조처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며 6명을 구속 송치, 17명은 불구속 송치 결정했다.

이태원 참사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1일 501명 규모로 특수본이 출범했다. 특수본은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관할하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용산소방서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74일간 수사했다.

이들은 대규모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를 예상했음에도 안전관리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등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하고, 사고 후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74일간 수사...6명 구속·17명 불구속 송치

특수본은 경찰,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 이태원 참사에 책임이 있는 기관 공무원 2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최원준 용산구 안전재난과장 등 혐의가 중대한 6명은 구속 송치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됐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관할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안전사고 예방에 소홀해 생긴 '인재'라고 판단했다. 참사 이후에도 인명구조나 현장 통제가 법령이나 매뉴얼에 따라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이러한 과실이 겹치면서 희생자가 다수 발생했다고 보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었다. 이에 따라 박 구청장과 이 전 서장을 비롯한 구청·경찰 간부 4명을 핼러윈 축제 인파 관리 등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혐의로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참사 직후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를 삭제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를 받는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경찰 정보라인 간부 2명도 구속 송치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경정) 등 서울청 간부 3명은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됐다. 용산서 112팀장 등 용산서와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5명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구조 지휘 책임을 맡았던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소방서 이모 현장지휘팀장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유승재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공무원 2명과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 역시 불구속 송치했다.

이모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와 이 호텔 별관 1층 주점 프로스트의 대표도 참사 현장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참사 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과실치사상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행안부장관·서울시장·경찰청장 등 '윗선'은 무혐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은 혐의를 피했다.

특수본은 행안부에 대해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부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어 "대규모 인명피해 결과 발생에 대한 예견가능성 및 회피가능성이 없는 등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역시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없고, 용산구청도 구청 측 과실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청장에 대해서는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가 자치경찰사무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범죄로는 볼 수 없지만 직무상 비위가 발견된 시청·구청·경찰·소방 등 공무원 15명에 대해서는 관련자 징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각 기관에 통보했다.

중앙긴급구조통제단(중앙통제단) 운영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입건된 소방청 간부들에 대해선 서울청 강력범죄수사대로 넘겨 수사를 이어가도록 할 방침이다. 해밀톤호텔 소유주 일가의 업무상 횡령 혐의는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서 맡는다.


참사 원인은 '군중 유체화' 현상
특수본은 참사 원인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밀착했다가 넘어지면서 생긴 '군중 유체화' 현상을 지목하면서 "선동자들이 '밀라'고 외쳤다는 소셜미디어(SNS)상의 목격담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했으나 사고와는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넘어짐 이후 15초 동안 총 4번의 넘어짐이 발생했다. 군중이 유체화하면 서로 가려는 힘이 계속 부딪치다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3m 이상 떠밀려 간다"며 "특히 내리막길이라서 그쪽으로 많이 휩쓸려 내려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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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