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MS 등 美 빅테크 기업 대거 귀환
전염병·식량 등 인간생존 위한 고민 담아
韓 550개 등 3100개사···10만여명 관람
세계 최대 기술 전시회 'CES 2023'가 8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4일 동안의 대면 행사라는 정상적 일정을 밟은 올해 CES는 단순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를 넘어 미래 산업을 아우르는 종합 기술 전시회로 변화 과정을 밟고 있다. 실제 올해는 코로나19와 전쟁 영향 등 인류의 당면한 문제를 기술이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CES를 주최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CES 2023이 축구장 26개를 합친 규모의 전시 공간(18만6000㎡)에서 글로벌 170여 개국의 3100여 개 기업이 참여해 각종 기술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관람객 규모도 4만5000명이던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최소 10만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참가하지 않았던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이 대거 귀환했다. 한국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SK그룹, HD현대그룹뿐만 아니라 350여 개 스타트업을 포함해 총 550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로써 본고장인 미국 다음으로 참가 기업이 많은 나라로 꼽혔다.
올해 CES 현장에서 눈에 띈 것은 이전처럼 단순한 기술과 제품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술 진보를 통한 인간의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이는 혁신 기술기업 사이에서도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과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등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시급한 현안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과 연관이 깊다.
실제 전시장에서는 지속가능성, 디지털 헬스테크 관련 기업과 기술이 대거 관심을 받았다. CES 2023 최고혁신상을 받은 자율주행 트랙터가 그 예시로 꼽힌다. 글로벌 1위 농기계 기업 '존 디어'가 공개한 자율주행 무인 트랙터는 식량 문제에 해답 중 하나로 제시됐다.
GPS와 카메라, 센서와 인공지능(AI)으로 중무장한 무인 트랙터는 단순 수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농사를 위해 지나간 바퀴자국 속으로 씨앗과 물 비료를 집어넣는다. 농부는 모니터로 무인 트랙터가 작업한 면적이 지도상 얼마나 되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존 디어 최고경영자(CEO)인 존 메이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컨벤션홀에서 "과거 농업은 더 큰 기계를 사용하고 더 많은 씨앗과 영양분을 투입함으로써 성장해 왔지만 이런 접근법이 오늘날 효과가 있느냐"며 "농촌의 노동력이 감소함에 따라 더 적은 비용과 인력으로 식량을 생산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존 디어가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2월 발발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식량위기가 크게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 3대 곡창지대로 꼽히는 우크라이나가 농사에 전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급성장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이번 CES에서 주목을 받았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CES 디지털 헬스 분야 혁신상에 SK바이오팜, 웨이센, 닥터나우 등이 선정됐다.
국내 대기업의 전시장 역시 지속가능성에 대한 통찰을 담았다. 국내 가전업체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자사의 전시장에서 큰 공간을 할애해 지속가능성 존과 ESG 존을 별도로 마련했다. 이를 통해 각각 지금까지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한 현재까지의 성과와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SK그룹은 탄소중립을 주제로 전시관 전체를 꾸몄다. SK온의 SF 배터리와 S팩, SK시그넷의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SK㈜와 SK이노베이션의 소형모듈원전(SMR) 등 탄소중립 관련 기술과 제품이 대거 공개됐다.
특히 관람객들은 SKT가 준비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뮬레이터를 통해 가상현실(VR)로 부산역에서 동백섬으로 3분 만에 주파하는 체험을 즐겼다. 또 SK㈜가 중앙 광장에서 운영한 '지속가능식품 푸드트럭'에 큰 관심을 보였다.
HD현대그룹도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 하이브리드 동력을 적용하고 LNG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의 무탄소 선박을 공개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게리 샤피로 CTA 회장은 "CES 2023은 기술이 어떻게 세계의 여러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머리를 맞대는 자리"라며 "기술의 발전은 세계 최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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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