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관저 인근 시위금지 조항, 헌법 불합치 결정
전현직 대통령 사저까지 포함한 개정안, 통과 어려울 듯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이내에선 야외 집회와 시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현행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인근 시위 논란으로 여야가 함께 통과시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헌재는 22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집시법 제11조 2호의 ‘누구든지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혼란을 막고자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폐지하는 결정이다.
집시법 제11조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나 시위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 중 ‘대통령 관저’와 관련한 부분이 ‘과잉 금지의 원칙’을 위배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대통령 관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집회 금지장소로 설정함으로써, 집회가 금지될 필요가 없는 장소까지도 집회 금지장소에 포함되게 한다”며 “대규모 집회나 시위로 확산할 우려가 없는 소규모 집회는 직접적인 위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2017년 8월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가 처벌 근거 조항인 집시법 제11조 제2호에 대해 낸 헌법소원을 내면서 시작됐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1962년 집시법 제정 당시부터 금지됐던 대통령 관저 주변 집회가 앞으로 상당수 허용될 전망이다. 또 현재 국회 법사위에 올라 있는 집시법 개정안도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1일 전체 회의에서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 대상에 용산 대통령 집무실과 전직 대통령 사저를 추가하는 내용의 집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용산 대통령실과 문 전 대통령의 양산 사저 인근이 무분별한 집회·시위 등으로 양 진영간 갈등이 격화한 데 따른 것이다. “법대로 처리”를 주장해 오던 윤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면서 통합시그널로 읽히기도 했다.
국회 행안위와 법사위는 관련 개정안 재검토에 착수했다. 국회 관계자는 “헌재의 판결 취지를 반영한 재논의를 거쳐 법안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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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