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법인 설립·청산 되풀이하며 계약금만 가로채
조직적인 전화·방문 영업...고령층 농민 854명 피해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매년 수천만 원을 벌 수 있다고 고령의 농민들을 속여 계약금 175억 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40대 A 씨 등 13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사기 범죄에 가담한 18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 씨 일당은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유령 법인 4곳을 설립해 전국 각지의 농민 854명에게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면 매달 일정 금액을 벌 수 있다’고 속여 계약금 175억여 원만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A 씨는 농민들에게 "유휴 농지·빈 축사 등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매년 3000만 원씩 벌 수 있어 손쉽게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며 계약금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계약금만 내면 90%는 회사에서 대출해주고 대출 원리금은 20년간 수익의 1%씩 상환하면 된다고 속였다. A 씨는 영업사원과 텔레마케터(전화 상담 판매원) 등을 고용,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사기 피해자를 모았다. 영업을 도맡는 텔레마케터 등 직원에게는 계약금 1∼1.5% 상당을 급여로 지급하고 성과급까지 지급했다.
텔레마케터 5명이 농가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시설 설치를 권유·설득하면 A 씨와 영업사원이 전국 곳곳을 돌며 사기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연로한 농민이 피해를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애당초 태양광 발전 시설 제조·설치업 관련 허가와 시공 역량 등이 없었다. 사기 행각에 내세웠던 법인 역시 사무실만 그럴싸하게 차려 놓은 유령업체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착공 기한 때까지 온갖 거짓말로 속이며 버티다, 계약금 반환 요청이 있으면 다른 피해 농민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범죄 수익금의 상당액을 유흥비로 탕진했다. 경찰은 90억 원을 환수했고, 15억 원을 추가로 추징 보전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이와 유사한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업체 3곳을 대상으로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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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