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는 폭증하는데...정부 규제에 신음하는 데이터센터 업계

정부 '규제' 이어 글로벌 기업 '요구'까지...데이터센터 업계 이중고
신재생에너지 비율 현실화, PUE 높은 업체에 특례 요금제 적용 등 필요

카카오 '먹통' 사고로 인해 IT 업계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DR(재해복구) 센터 운영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센터 구축을 위한 데이터센터 상면(코로케이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상면이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데이터센터 공간·전기·네트워크 등 주요 인프라를 제공하고, 기업이 여기에 본인이 보유한 서버를 배치한 후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카카오는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2층을 상면 임차해 자사 서버를 운영했다.

그런데도 국내 데이터센터 업계는 각종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섣불리 데이터센터 확충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 업계에선 국가 핵심 인프라나 다름없는 각종 IT 플랫폼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데이터센터 설립 및 운영에 관한 규제를 풀면서, 한편으로는 글로벌 기업의 과도한 요구를 막을 수 있는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데이터센터 업계에 따르면 △현실성 부족한 정부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지속적인 전기 요금 인상 △글로벌 IT 기업들의 냉방 수준 요구 등이 업계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제로에너지건축물 법령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오는 2025년까지 '에너지 자립률(신재생에너지 비율) 20%'를 의무적으로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이 다른 OECD 국가보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관련 비율만 강제로 의무화하면 신재생에너지 사용 대상 한정과 자가발전 설비 구축에 필요한 비용 지출로 인해 데이터센터 원가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정부가 3년 뒤 20% 의무화 같이 비현실적인 수치를 강요하지 말고 △2023년 5% △2024년 7% 등 매년 점진적으로 에너지 자립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센터의 특수한 설비 구조와 경제적 현실을 고려해 관련 법령을 현실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대부분의 전력 사용이 데이터센터 건물이 아닌 데이터센터 내 서버에서 발생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해 신재생에너지 할당 기준을 데이터센터 사업자 대신 데이터센터를 상면한 '서버 이용 기업(실 서버 이용자)'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상면 업계의 가장 큰 손은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해외 IT·클라우드 기업인데, 이들은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아 신재생에너지 할당 기준을 비켜가고 있다. 할당 기준을 서버 이용 기업으로 변경함으로써 이들을 국내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테두리에 포함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이어 데이터센터 업계에선 전체 IT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전력비 인하 또는 특례 요금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위면적당 서버 고집적화로 인해 데이터센터 소모 전력량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으나, 최근 한국전력이 적자 축소를 이유로 전기요금을 두 자릿수 인상함에 따라 대부분의 요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데이터센터 업계는 수익성 악화라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전력요금 인상은 데이터센터 고객에게 전가되고, 이는 IT 산업의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이 확보되어야 안전사고와 장애 방지 등을 위한 인프라 투자 같은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식산업 특례 요금제 또는 4차산업 특례 요금제 등을 도입하고 전력 효율(PUE)이 높은 데이터센터에 해당 요금제를 적용하면 한전 적자를 축소하면서도 업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전력 효율이 낮은 데이터센터를 줄임으로써 국가 차원에서 전력 비용을 효율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력 기본요금을 재생에너지 공급 또는 공급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도 데이터센터 사업자 비용 부담 경감을 위한 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데이터센터 업계에선 "해외 IT 기업이 국내 데이터센터 업체에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냉방 수준을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정 온도 기준 등을 포함한 데이터센터 운영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데이터센터 상면 계약은 서버 등 IT 시설 운영 통제권이 임차 기업에 있어 서버실 온도 등을 전적으로 고객과의 계약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자본을 앞세운 해외 IT 기업과 계약에서 국내 데이터센터 업체는 전적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냉동공조학회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실내 온도를 1도만 올려도 4~5%의 운영비(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에너지 절감을 위해 정부가 적절한 실내 온도를 규정하고 해외 IT 기업이 이 이상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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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