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도시'의 진화.. 전기차, 주택가 진입땐 자동 감속

예테보리 '일렉트리시티' 10년째 실험

▲ 스웨덴 예테보리 ‘헤덴공원’ 충전소에서 전기버스 충전을 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스웨덴 예테보리에 위치한 헤덴공원. 파란색 전기버스들이 줄지어 들어오더니 전기버스 충전기 아래에 정차했다. 충전 케이블이 자동으로 내려와 버스 천장에 달려 있는 배터리 충전구에 맞춰졌다. 버스는 10여 분 충전을 하고 바로 이동을 시작했다. 헤덴공원은 도심 중앙에 있는 공원이다. 주로 도시 외곽이나 버스 차고지에 충전소가 있는 것과 달리 도심 공원에 대형 충전 시설을 갖춰 놓은 점이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만난 볼보그룹의 노르딘 페테르 도시 모빌리티 총괄 담당자는 “버스 노선과 이동 시간, 충전 시간, 시간대별 전력 소비량 등을 고려해 최적의 충전소를 도심 곳곳에 설치했다”며 “예테보리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친환경 도시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예테보리는 2013년부터 이른바 ‘일렉트리시티(ElectriCity)’ 프로젝트를 해오고 있다. 전기(Electric)와 도시(City)라는 뜻의 단어를 합쳐 만든 이 프로젝트는 모빌리티 전동화와 디지털 기술 등을 통해 도시 교통 시스템 및 환경, 안전성 등 도시의 ’질‘을 바꾸는 장기 프로젝트다.

기자는 지난달 방문에 앞서 2018년 예테보리를 방문해 취재를 했었다. 당시엔 전기버스만 다니는 55번과 16번 노선이 있었다. 대학 캠퍼스와 예테보리 중심 상가, 주거지역 등을 관통한다. 특히 55번 노선에는 ‘인도어(Indoor) 스테이션’이라 불리는 실내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도로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는 카페를 버스 정류장으로 활용했다. 버스에서 내리면 바로 카페로 연결된다. 전기버스가 매연과 소음이 없다는 점을 활용해 실내 카페에 정차를 하게 한 것이다. 전기버스 도입을 넘어, 도시 디자인을 바꾸기 위한 실험이었다.

4년 뒤 다시 찾은 예테보리는 일렉트리시티 프로젝트가 한층 더 진화해 있었다. 전기버스 전용 55번 16번 노선은 없어졌다. 볼보버스 관계자는 “그 노선은 전기버스 실험을 위한 노선이었고 이젠 실험을 마친 것”이라며 “전기버스가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편안함과 정숙성, 환경 개선 효과면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 그 결과를 토대로 150여 대의 전기버스가 예테보리 시내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예테보리 대부분의 버스 노선에는 전기버스와 하이브리드 버스가 다니고 있었다. 요즘은 전기버스의 출입문을 몇 개로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 버스 좌석 배치는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좋을지 등 한층 발전된 실험을 하고 있다.

○ GPS로 차량 속도 제어하는 ‘지오펜싱’ 실험도

예테보리는 ‘지오펜싱(Geofencing)’이라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지오펜싱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을 사용해 모빌리티의 속도나 구동 방식 등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지오펜싱이 설정된 학교나 주거 지역에 버스나 킥보드, 자전거 등이 들어가면 특정 속도 이하로만 움직이게 통제된다. 예테보리 예타강 다리에 버스가 들어서면 속도가 자동으로 줄어든다. 교량에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지오펜싱을 설정해 놓은 탓이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전기 모드로만 주행하도록 해 특정 지역 내 매연을 줄일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교통량 조절도 가능하다.

말린 스톨드 예테보리시 도시교통국 프로젝트 매니저는 “지오펜싱을 활용하면 특정 시간이나 다양한 상황에 맞게 교통을 조절할 수도 있고, 다양한 유형의 모빌리티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보행자 등의 안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테보리의 다양한 일렉트리시티 프로젝트들의 목적은 결국 시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게 참여자들의 설명이다. 이현철 볼보트럭 상무는 “청소차는 소음이 매우 큰데, 이를 몇 년 전에 전기트럭 청소차로 바꿨다. 소음이 크게 줄다 보니 아기를 키우는 가정의 만족도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페테르 총괄 담당자는 “진동과 소음이 작은 전기버스는 운전자들의 스트레스를 크게 줄이고, 피로도 감소는 운전자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정부와 차량 제작업체, 정보기술(IT)기업, 학계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일렉트리시티 프로젝트는 계속 진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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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