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 지원을 받은 글래스고대 연구팀은 12일(현지 시각)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이런 내용이 담긴 대규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 후유증의 사회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뉴욕타임스(NYT)는 “의료뿐 아니라 일자리, 교육, 빈곤, 장애 등 여러 분야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스코틀랜드에서 2020년 4월부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3만여 명을 감염 6·12·18개월째에 설문조사하면서 6만여 미감염자와 질환 발생률 등을 대조했다. 그 결과 3만여 코로나 감염자 가운데 6%는 “전혀 회복되지 않았다”고 답했고, 42%는 “부분적으로만 회복됐다”고 했다. 코로나 완치 판정 후 6~18개월 동안에 도합 48%가 후유증을 경험한 것이다.
특히 이들은 후유증으로 인해 운동(25.2%)과 직장일·공부·집안일(19.6%)에서 곤란을 겪는다고 답했다. 걷기(18.4%)와 교우 관계·취미 생활(약 10%)에서도 어려움이 따랐다. 경험한 증상은 근육통·관절통·두통, 숨참·심장 두근거림, 피로·불안·집중력 저하·수면 장애, 후각과 미각 저하 등으로 다양했다. 코로나가 호흡기뿐 아니라 뇌와 심장, 근육 등 전신을 공격한다는 연구들을 뒷받침하는 결과다.
이전부터 호흡기 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갖고 있었다면 증상이 더 심했고, 백신을 접종받았거나 스치듯이 지나간 무증상 감염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후유증은 여성과 고령자에게서 더 많고, 빈곤과도 관련 있었다.
코로나 초기부터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영미권에선 일과 여가를 비롯해 미래에 끼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 추산 770만~2300만명이 코로나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이 중 최대 100만명이 노동시장에 복귀하지 못했다고 추정됐다. 호주에서도 매일 3만1000명이 후유증으로 결근할 정도로 노동력이 손실됐다는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1만명 대상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후유증 규모는 상당할 수 있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코로나 후유증 상병코드가 신설된 2020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22개월간 이 항목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총 5만4463명이다.
다만 국내는 해외에 비해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데다 전체 확진자의 90% 이상은 델타보다 증상이 경미한 오미크론에 걸렸기 때문에 후유증 양상이 해외와 다를 수 있다. 서울 중랑구가 작년 델타 변이 확진자 조사에 이어 지난 1월 이후 오미크론 확진자 414명을 조사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인후통과 기침·가래 등은 전보다 늘었지만 후각·미각 소실과 탈모 등 비교적 심각한 증상들은 줄었다.
코로나 후유증은 3개월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다른 이유로는 설명되지 않는 증상을 뜻하는데, 사람마다 명확하게 진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다. 송우정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몇 주째 기침이 계속돼 지하철 타기가 무섭다고 호소하는 등 ‘사회적 고립’도 우려된다”며 “국내에서도 코로나 후유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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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