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매각은 비전펀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의도가 크다. 일본 외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올해 6월 기준 2분기 연속 3조1627억엔(약 30조5000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비전펀드의 경우 7조엔(약 69조3840억원)이던 가치가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하며 사상 최대 손실을 냈다.
외신은 알리바바, 쿠팡 등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들이 연이어 적자를 낸 것이 소프트뱅크 손해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비전펀드가 투자한 기업 중 35개 상장기업이 주가 하락으로 인해 1조7253억엔(약 17조1011억원)의 손해를 입었고, 미상장 기업 중에는 175개 기업의 가치가 총 1조436억엔(약 10조3441억엔)가량 하락한 바 있다. 특히 알리바바 주식이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이에 손 회장은 올해 5월에 열린 연간 결산 회견에서 “기고만장했던 자신이 부끄럽고, 반성하고 있다”며 수세적 경영에 나설 것임을 밝힌 바 있다.
ARM 매출이 소프트뱅크 그룹 손실을 보완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점도 매각 사유 중 하나로 평가된다. 2016년 ARM을 320억 달러에 인수했을 때 일각에서는 ARM의 당시 평균 연 매출의 20배 넘는 가격에 기업을 사는 것은 잠재력을 너무 높게 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 지난해 ARM은 27억달러(약 3조8천억원) 수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그룹 전체 손실액을 고려하면 작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ARM 매각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일본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인사이더 재팬은 “소프트뱅크 그룹의 장래는 ARM이 쥐고 있다”라고 평하며 이번 매각이 소프트뱅크의 숨통을 트여줄 창구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뱅크가 가지고 있는 ARM의 지분은 75%이며 나머지 25%는 비전펀드 소유다. 매각이 진행될 경우 거래 규모는 1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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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