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히는 전세.. 우크라 요충지 탈환에 러 '종전' 거론

내륙 '이지움' 되찾고 국경까지 진격
러군 퇴각하면서 발전소 등 폭격
러 '협상 포기 안해' 우크라는 '일축'

▲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탱크가 교전 지역인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 인근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뺏긴 지역을 속속 탈환하면서 전세를 뒤집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침공당한 지 200일째를 맞은 우크라이나군은 북동부 하르키우와 동부 이지움 등까지 진격해 자국 영토 상당 부분을 되찾고 러시아 국경에서 50㎞ 떨어진 지역까지 나아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간)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우리 군이 이달 들어 영토 약 3000㎢를 수복하고 (러시아) 국경 근처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특히 동부 돈바스 지역과 가까운 내륙 도시이자 러시아군이 군수 보급에 활용해온 이지움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하르키우시에서 북쪽으로 약 19㎞ 떨어져 있으며 러시아 국경 바로 옆의 홉티우카 시내에 우크라이나 부대가 진입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 반격에 따라 러시아군이 하르키우와 이지움 등지에서 잇따라 퇴각했다는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방어 진지 강화를 위해 군을 ‘재편성’한다”고 선전하며 철수했다.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주로 재배치됐으며 주민들을 러시아로 대피시키고 있다. 영국 국방부는 12일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강 서쪽의 하르키우주 점령지역 전체에서 철군령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며 “러시아 장병들의 군 수뇌부에 대한 신뢰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군은 퇴각하면서 발전소와 민간시설 등을 폭격했다. 러시아군은 하르키우에 무차별 미사일 공습을 단행해 도시 서쪽 외곽에 있던 발전소가 파괴됐다. 이는 화재로 이어져 최소 한 명이 숨지고 인근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가 일어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고의적이고 악랄한 테러 행위”라며 “러시아 테러범들은 군사시설이 전혀 없는 발전소까지 파괴해 조명과 난방을 없애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전쟁 200일 기념 연설에서 “200일간 러시아군 탱크 2000대, 장갑전투차량 4500대, 포대 1000문, 항공기 250대, 헬기 200대, 드론 1000대, 함정 15척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전세가 달라지자 러시아 측에서 협상 관련 언급이 나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러시아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협상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협상을 오래 끌수록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은 믿을 수 없다”며 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전날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얄타 유럽 전략 회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 사실을 인정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이는 실질적인 대화가 없을 것이란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인한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제기된 자포리자 원전의 가동을 전면 중지했다.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은 “자포리자 원전이 보유한 6기 원자로 중 남은 한 기의 전력망 연결을 차단했다”며 “완전히 멈춰 섰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자폭리자 원전 시설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주기적인 공격은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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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