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에 윤핵관 비서들 가득 찼다"

내부자료를 의원실 단톡방 올려
대통령실, 감찰-인적 쇄신 확대

권성동
여권의 권력 지형의 변화를 불러온 대통령실 인적쇄신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보좌진 출신 행정관과 행정요원들의 휴대전화가 트리거(방아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감찰 결과 이들의 휴대전화에서 대통령실 내부 정보가 윤핵관 측으로 수시로 흘러간 정황을 포착한 것. 대통령실은 7월경 민간인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동행, ‘사적 채용’ 논란이 연이어 불거지고 대통령실 시위 집회 상황을 분석한 내부 문건까지 유출되자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윤핵관 의원실 출신 A 씨 등 관련자들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벌였다. 그 결과 이들이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의원 보좌진들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대화방에서 수시로 대통령실 내부 자료를 공유하고, 각종 국정 관련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토대로 공직기강비서관실은 감찰 범위와 대상을 크게 확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시 감찰 결과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통령실에 대통령의 비서가 아니라 윤핵관의 비서들로 가득 찼다’는 탄식이 나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번 감찰과 조직 쇄신에 대해 “당초 일부에 대해 개별적으로 진행된 감찰이 전면적인 쇄신과 조직 개편으로 확대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피바람’ ‘도살장’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고강도 감찰은 당초 내부 보안 문제가 불거져 시작됐는데, 결과적으로 권력지형을 변화시키는 단초가 됐다는 것이다.

공직기강비서관실은 7월 대통령실에서 작성한 문건까지 유출되자 문건 작성 주체인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들에 대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단체 대화방에 누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냐”, “윤핵관 의원실 출신 다른 행정관들도 조사를 받는 것 아니냐”, “윤핵관과 가까운 인사들인 만큼 논란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쉬쉬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말이 돌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감찰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면서 대통령실 내부에선 문제가 된 직원들에 대해 ‘대통령 비서가 아니라 사실상 윤핵관 비서’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했다. 이후 감찰 확대 과정에서 추가 제보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당시는 윤핵관으로 불리는 여권 실세들 간에 미묘한 이견이 부각되는 게 국정운영에 부담 요소로 부상하던 시기”라며 “초기 대통령실을 구성하면서 윤핵관들의 추천에 상당수 의존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인적 쇄신의 필요성을 절감했을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시기 등을 두고 윤핵관 내부 권력다툼 및 갈등 양상으로 확산되는 것도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윤핵관들의 논란에 대해 실망한 것은 맞다”고 했다.

▲ 장제원
이는 대통령실에 윤핵관 색채가 퇴조하는 권력구도의 재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달 31일 “저는 이제 지역구 의원으로서의 책무와 상임위 활동에만 전념하겠다”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비대위 전환 뒤 원내대표직을 정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 장 의원과 거리를 두는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가 알 길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윤핵관 색채가 옅어지고 있는 대통령실은 앞으로 김대기 비서실장을 중심으로 한 참모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용산 참모들과 접점을 넓혀가며 ‘경청하는 대통령’의 면모를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참모들이 더욱 중용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검핵관은 프레임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정무1·2비서관 일괄 면직으로 공석인 정무비서관 인선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통령실은 정무1비서관으로 20대 의원을 지낸 보수 시민단체 출신의 전희경 전 의원을 유력한 후보로 두고 막판 검증을 벌이고 있다. 앞서 정무2비서관으로는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이 내정된 상태다. 정무1비서관은 국회 관련 업무를, 정무2비서관은 전략기획 업무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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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