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하나보살의 라이프&러브스토리 “나를 낳은 이는 부모지만 나를 아는 것은 오직 남편”

▲ 하나보살
“저를 낳아주신 분들은 부모님이지만, 저를 알고 오늘의 저를 있게 한 분은 남편입니다. 저의 영적인 삶과 재가신도를 위한 사역을 편견 없이 지지하고, 아이 양육은 물론 일상의 소소한 모든 것을 챙겨주는 남편은 대체불가한 동반자예요. 남편이 운전하지 않으면 차도 못 타는 걸요.”

남편은 어떤 존재냐는 물음에 김하나 씨(35세)는 이렇게 대답했다. 김하나 씨와 남편 박윤수 씨(66세)는 나이가 서른한 살 차이다. 가평에 있는 비금사(구 수암사)를 기도처로 삼는 김하나(무속명 하나보살) 씨는 12년 전에 내림굿을 받은 유명 무속인이다. 내림굿을 받은 이듬해인 2012년 SBS ‘놀라운 스타킹’에 출연하면서 ‘논현동 연애코치’로 널리 이름을 알렸다. 최근에도 수차례 방송에 출연해 남편과의 러브스토리와 첫돌을 한 달여 앞둔 아들 육아 이야기를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무속인 하나보살 김하나 씨의 범상찮은 삶, 남편과의 인연 등 라이프&러브스토리를 들었다.
▲ 하나보살
=부부로 인연을 맺기까지의 과정과 결혼생활에 우여곡절이 있었지 싶습니다. 남편과는 어떻게 만났나요.

-뉴질랜드와 중국에서 공부하다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2010년에 귀국했어요. 어머니가 에스테틱(aesthetic)을 배우라고 권유하셔서 학원에 다녔는데, 에스테틱숍 사업을 하시는 분이 직원을 뽑으려고 찾아오셨어요. 첫인상은 전형적인 꽃중년이셨고, 직원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며 존중해주시는 사장님이셨죠. 그렇게 남편과 저는 에스테틱숍 사장님과 직원으로 만났지요.

=20대 초반에 50대 중반의 남자를 만난 거네요.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사랑의 감정이 생긴 결정적인 계기는 딱히 없었어요. 한지에 먹이 스미듯 시나브로 자연스럽게 나도 모르게 싹이 터 넝쿨로 자란 거 같아요. 그때 제가 어려서부터 힘겨워하던 신병이 더 심해져 일상이 어려울 지경이었어요. 불면증과 신경과민에 거식증까지 겹쳐 체중이 37kg까지 빠졌어요. 어머니께서 이러다 딸 죽이겠다며 내림굿을 받자 하셨지만, 아버지는 펄쩍 뛰시며 반대하시는 바람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그러다 근무 중에 쓰러졌고, 남편이 저를 병원 응급실에 입원시키면서 저간의 사정을 아시게 된 거죠. 당시 남편도 에스테틱숍 운영은 물론 다른 사업도 어려워 쪼들렸는데, 선뜻 갖고 있던 신용카드를 다 주시면서 일단 네가 살아야 하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해보라 하시더라고요. 감동이었죠. 그렇게 내림굿을 받고 무속인의 길로 접어들었는데, 필요한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한데 제가 부탁할 사람이 세상에 이 분밖에 없는 거예요. 가깝게는 인왕산과 청계산, 멀리는 지리산, 무등산, 태백산, 계룡산, 강화도 등으로 기도를 갈 때도 도움을 받았지요. 실은 제가 어린 시절 크게 교통사고를 당해 승용차 타기에 트라우마가 있는데, 이상하게 남편이 운전하는 차는 편안해요. 아마도 쇼팽의 연인이던 조르주 상드의 소설 「사생아 프랑수와」에서 마들렌을 사랑하는 프랑수와 같은 신비한 감정의 전이가 일어난 거라고 할까. 물론 마들렌과 프랑수와 만큼의 파격은 아니지만요(웃음).

=모 방송국의 커플 맺어주기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셨다고요.

-아, 네네. 남편에게 연애감정이 생기기 전이에요(웃음). 2011년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에 지인의 권유로 출연했어요. 무속인으로서 첫발을 떼었을 때 저를 찾아와 도움을 받은 분이 적극적으로 권했거든요. 방송에서 제 프로필은 “원더걸스의 소희를 닮은 깜찍한 외모에 4개 국어 능통, 연봉이 1억 원에 달하는 1등 신붓감 김하나”로 소개되었어요. 상대는 의사들이었는데, (저랑)연애는 해도 결혼까진 할 수 없다고 했어요. 제가 무속인이었기 때문이지요. MC 이경규, 김구라 씨가 머쓱한 저에게 “이상형을 생각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다 보면 좋은 인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며 “남의 눈보다 스스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위로한 말이 생각나네요. 그러고 보니 그분들 말대로 스스로 편견을 극복하고, 편견 없이 저를 있는 그대로 대해준 남편과 자연스럽게 연애를 하다 결혼으로 이어진 거네요(웃음).

=부부가 일이 있으시니 아무래도 아들 육아에 힘이 드시겠습니다. 아들 돌봐주는 분이 계신가요.

-함께 사시는 친정어머니가 도와주세요. 물론 아이 월령에 맞는 놀이교육 등은 저와 남편이 챙기고요. 아이와 아버지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남편이 소극적이어서 속상해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것도 남편은 영 어색해하고요. 우리 아이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몇 년 전부터 잦은 병치레로 병원에 다녔는데, 주치의께서 아이를 낳으면 몸이 바뀐다고 출산을 권유하시더라고요. 남편도 함께 듣고 동의해서 어렵게 우리 아이를 얻었고, 제가 앓았던 크고 작은 병이 거짓말처럼 싹 없어졌어요. 그러니 생명의 은인이지요. 남편도 아이를 끔찍하게 사랑하는데, 당신의 나이가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저어하는 거지요. 종교적으로 인연을 맺은 분들의 도움으로 캐나다, 말레이시아, 하와이 등 해외에서도 신도들을 만나는데, 아이가 더 크면 하와이에서 생활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하와이에선 부부의 나이 차, 무속인에 대한 편견, 늦둥이에 대한 괜한 색안경은 없을 테니까요.
▲ 하나보살
=지난 8.15 광복절에 무료급식 봉사를 하셨다고요. 평소에도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대한성공회에서 도와주시는 서울역 노숙자분들께 삼계탕 대접한 거 말씀이시군요. 코로나19로 한 3년 못했는데, 아주 기쁘게 찾아뵈었습니다. 저보다 자원봉사에 나선 신도들이 애쓰셨지요. 애초에는 저 혼자 진행했었는데 이런 일은 널리 알리고 키워야 더 많은 분과 함께 더 많은 이웃을 챙겨드릴 수 있다는 조언에 뜻을 함께하는 분들의 도움도 받고 있습니다. 봉사도 결국은 봉사하는 분을 스스로 돕는 덕입니다. 법륜스님께서도 즉문즉설에서 “선업을 쌓아야 업장을 소멸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장삼이사로서는 업장소멸에 선업을 쌓는 봉사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신업이 있어 매일 봉사에 나설 수는 없지만, 물품 지원은 꾸준히 하려고요.

=무속인으로의 삶의 애환이 간단치 않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속은 어떤 의미이고 가치인지, 보람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스스로 원해서 무속인이 된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탤런트 정호근 님도 자녀까지 아파 결국 무속인이 되었다더군요. 저도 그랬어요. 집안에 험한 일이 겹치고, 어머니마저 시름시름 앓게 되셔서 하는 수 없이 내림굿을 받아야 했어요. 무속인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은 이중적이에요. 특히 일부 서양에서 들어온 종교를 가진 분들은 무속에 의존하면서도 터부시해요. 우리나라에서 역술과 무속은 미신 취급을 받지만, 외국에서는 동양철학에 근거한 동양의 과학이라고 소개합니다. 관련 협회에 따르면 토속신앙에 뿌리를 둔 국내의 무속인과 역술인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해요. 무속은 전통문화로 계승되는 신업임에도 너무 돈을 좇는 생계형 무속인이 많아 걱정입니다. 상담을 받는 분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자극해 불필요한 경우에도 굿을 유도하는 무속인들에게 매우 유감입니다. 그만큼 엉터리도 많지요. 제가 신병을 앓을 때 어머님이 저를 데리고 용한 점쟁이를 꽤 찾아다녔는데, 제 입에서 나온 말이 뭔지 아세요? “예끼 엉터리 같으니라고. 나보다 까마득히 아래 것인 게 어딜” 이었어요.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거지요. 무속은 믿음과 공감, 희망을 전하는 전통신앙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나쁜 일은 미리 막고, 좋은 일에 동티가 나지 않게 미리 예방하도록 돕는 게 무속인의 보람이지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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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