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료 급등 후폭풍] 수입처 바꾸고 원산지도 교체...식품업계, 원가절감 '고육지책'

공급 불안정·원부자재 가격 상승 영향··· 즉석밥 원산지 국내산 쌀→미국산 멥쌀로 변경하기도

원부자재 값 급등으로 가격 인상 압박을 견디다 못한 식품업계가 원가 절감을 위해 골몰하고 있다. 업체들은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원산지를 교체하는 식으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즉석밥 원산지도 교체...CJ '따끈한밥, 국내산 쌀→미국산 멥쌀로

2일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 전용 브랜드인 크레잇(Creeat) 즉석밥 제품인 따끈한밥의 쌀 원산지를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미국산 멥쌀이 원재료의 99.9%를 차지한다. 


따끈한밥은 외식업체나 식자재 마트 등에서 유통·판매되는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의 가정간편식(HMR)과 함께 판매되거나 식당이나 동네 소규모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주 고객층이다. 


CJ제일제당이 제품에 사용하는 쌀의 원산지를 미국산으로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말엔 햇반컵반의 빅(BIG)스팸마요덮밥, 참치마요덮밥 등 '햇반컵반 빅' 7종에 사용하는 쌀을 국내산에서 미국산으로 동시에 교체했다. 햇반컵반 제품은 기존 '햇반컵반'의 밥과 소스 양을 30% 정도 늘린 제품이다. CJ제일제당의 컵밥 제품에 미국쌀을 사용하는 비중은 0%였다가 올해 3월부터 꾸준히 올라 23%까지 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CJ제일제당 측은 따끈한밥이나 햇반컵반 제품의 경우 주로 비벼 먹거나 볶음 요리에 활용되기 때문에 해당 용도에 맞게 쌀 원산지를 바꾼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부미 부족도 원산지 교체의 주요 원인이 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정부가 가공식품 제조에 사용하라고 정부미를 한국쌀가공식품협회를 통해 식품업체들에 할당하는데 그 물량이 지난해에 기존 대비 절반가량 줄면서 불가피하게 작년 하반기와 올 3월에 각각 따끈한밥과 햇반컵반 일부 제품에 외국산 쌀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수급 안정을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일각에서는 원가 절감을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산 쌀(중품) 도매가격(20㎏)은 지난 1일 기준으로 5만530원이다. 네이버쇼핑에서 거래 중인 미국산 칼로스 쌀 1등급(20㎏)의 1포대 평균 가격은 약 4만1000원이다. 미국산 쌀이 국내산보다 1만원가량 저렴하다. 쌀 100g당 환산가격으로 따져보면 국내산 쌀은 252.65원으로, 미국산(205원)보다 47.65원 비싸다. 해당 가격을 적용하면 제품 한 개(200g)를 생산할 때마다 95.3원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산 쌀도 남아도는 상황에서 외국산 쌀을 사용한 것은 원가 절감 차원으로 보여진다"며 "냉동밥에는 대부분 외국산 쌀을 쓰는데 즉석밥에서 미국산 쌀을 쓴다는 건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 차질, 공급 불안정으로 다른 식품업체들도 대책을 강구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제과는 단백질 제품 ‘파스퇴르 이지프로틴’ 3종에 들어가는 우유 단백질의 일종인 ‘미셀라카제인’ 원산지를 리투아니아에서 덴마크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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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