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찜통 폭염'에 9년만에 '비상사태' 우려..7~8월 전력수급 '빨간불'

6월 최대전력 7만MW 첫 돌파

4일 한때 전력 수요가 90GW(1GW=1000㎿)에 육박하면서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9년여 만에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동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력수급 여건에 따라 2011년과 같은 '블랙아웃(대정전)'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45분께 최대 전력 수요는 89.83GW를 기록해 올해 최대 전력 수요 기록을 경신했다. 전력예비율이 올 들어 첫 한 자릿수(9.5%)를 기록했던 지난달 23일 최대 전력 수요(83.5GW)와 비교하면 11일 만에 전력 수요가 무려 6GW 이상 늘었다. 다만 전력 공급 능력도 9GW 이상 늘어 이날 전력예비율은 9.5%로 이전 최저치와 동률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도 작년 동월보다 4.3% 증가한 7만1805MW(메가와트)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5년 이래 6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이며 6월에 7만MW 선을 넘은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달 23일에는 여유 전력 수준을 보여주는 공급예비율은 한때 9.5%까지 하락해 마지노선인 10% 아래로 떨어졌다. 특히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정점에 이르는 7~8월에는 공급예비율이 더 떨어져 2013년 이후 9년 만에 전력수급 경보가 발령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부 내에서는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올 여름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이번 주 최대 전력 수요를 91GW, 최소 전력예비율을 7.6%로 각각 전망했다.

올 여름 전력수급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지와 각 발전소 정비 일정 등으로 전년(100.7GW) 대비 0.2GW 늘어나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올 여름 전력 예비력을 최저 5.2GW로 전망하기도 했다. 전력 예비력이 5.5GW 미만으로 하락할 경우 '전력수급 비상단계'가 발동되며 각 가정이나 사무실의 냉난방 설비 가동이 중단된다.

정부는 올여름 전력 최대 수요 시기를 8월 둘째 주로 예상하면서 자발적 수요 감축 및 신한울 1호기 등 신규 설비 시운전, 발전기 출력 상향 등을 단계별로 가동해 전력수급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작년 7월 정비 중이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긴급 투입하며 전력수급 비상단계 발동을 간신히 막은 바 있다. 원전 3기 긴급 투입과 관련해 학계로부터 '고무줄 정비 기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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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