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니켈이 검출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유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소비자 78명이 웅진코웨이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웅진코웨이의 상고를 기각하고 '웅진코웨이가 원고들에게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코웨이는 2015년 7월24일 자사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 물질이 나온다는 소비자 제보, 직원 보고 등을 받고 2015년 8월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얼음을 냉각하는 구조물인 증발기에서 니켈 도금이 벗겨져 냉수탱크 등 음용수에 섞인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소비자에게 바로 알리지 않았다. 코웨이는 약 1년 뒤인 2016년 7월 SBS의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그제야 공개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에 같은 종류의 정수기를 임차하거나 매수한 소비자 78명은 코웨이를 상대로 각 3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사건의 쟁점은 △코웨이에게 계약상 부수적 의무로 동종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일반 소비자들에게 고지할 의무가 있었는지 △계약상 부수적 의무인 고지의무 위반에 대해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할 수 있는지였다.
1심과 2심은 코웨이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1·2심은 "소비자인 원고들은 일상생활에서 깨끗하고 수질이 좋은 물을 음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런데도 코웨이는 니켈 도금 박리현상에 대해 묵비한 채 아무런 고지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소비자의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중요하고 핵심적인 사항에 대해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필요한 지식·정보를 정확하게 제공받을 권리를 침해한 위법행위"라며 원고들에게 손해배상금 각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코웨이의 제조물책임법 위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정수기의 결함으로 인해 통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사고나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계속적 계약관계에 있는 동종 제품의 대량생산 제조업자인 코웨이는 신의칙상 소비자에 대해 생명·신체·건강 등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사정을 고지해야 한다"며 "코웨이가 동종의 제품에서 니켈 등 중금속이 검출된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은 니켈 성분이 포함되어있을 가능성을 알았더라면 정수기 물을 마시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한 행위로 정신적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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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