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검찰 인사 이번 주에..계속되는 '검찰총장 패싱' 왜?

법무부 등 핵심 요직에 이미 尹사단 배치..급할 필요 없다 판단한듯
"수사 급해 불가피하다" 의견도..직무대리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없어

▲ 19일 경기 과천 법무부 모습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 두번째 검찰 인사 역시 '검찰총장' 임명 없이 진행될 예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이 얼마든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검찰총장을 임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총장 패싱' 비판을 감수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검찰 인사의 경우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과 협의를 거친 이후 이뤄져야 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오는 21일 오후 3시 검찰 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승진·전보인사 기준을 논의한다.


법무부는 검찰 인사위를 마친 뒤 이르면 당일, 늦어도 며칠 안에 고위급 인사안에 대한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검찰 인사 전 검찰인사위를 소집해 검찰 인사기준 등을 논의해왔다.

문제는 이번 인사가 한동훈 장관 취임 이후 검찰총장 없이 이뤄지는 두 번째 인사이라는 점이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8일 "검찰총장, 대검찰청 차장검사의 사표 제출로 인한 검찰 지휘부의 공백, 법무·검찰의 중단 없는 업무 수행 필요성 등 인사 수요가 있다"는 이유로 급하게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번 첫 인사와 달리 이번에는 검찰인사위도 거칠 예정인데다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있어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원포인트 인사에 이어 정기인사까지 검찰총장 없이 단행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차기 부임할 총장 입장에서는 이미 법무부가 짜놓은 그림에 숟가락만 얹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청법상 검사의 임명 및 보직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제청하도록 규정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당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인사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것도 추 전 장관이 검찰총장과의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인사를 진행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추 전 장관은 취임 직후 단행한 첫 인사에서 한동훈 현 장관 등 대검 간부들을 무더기로 좌천시킨 바 있다.

법조계는 검찰총장 없이 재차 인사를 단행하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물들이 이미 법무부와 검찰 핵심 요직에 배치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법무부와 대검 등 주요 보직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이 배치된 만큼 검찰총장 인선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총장 임명까지 걸리는 '시간과 잡음'을 고려한 결정이란 분석도 나온다. 검찰총장의 경우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자를 결정하고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거쳐야 한다. 최소 두 달정도는 잡아야 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 입장에서는 '시간'이 없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오는 9월10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크게 줄어든다. 그 안에 대장동과 탈원전, 산업부 블랙리스트 등 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논란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그렇다고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까지 검찰 인사를 마냥 미룰 수 없다 보니 지금처럼 검찰총장 임명 전에 정기인사까지 이뤄지는 구조가 됐다는 분석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조직을 책임지는 검찰총장이 들어서고 그 이후 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를 하는 것이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위해 적합하다"면서도 "지금처럼 현안수사가 긴급한 경우에는 총장 없이 인사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법무연수원 검사 연구위원 증원 등의 내용이 담긴 조직 개편안이 통과될 예정인 만큼 검찰인사위에서는 법무연수원 전보 관련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은 검찰 내 한직으로 구분된다. 이미 지난달 인사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60·사법연수원 23기)과 이정수 중앙지검장(53·26기), 이정현 대검 공공수사부장(54·27기)과 심재철 남부지검장(53·27기) 등 소위 검찰 내 '친문' 인사들이 연구위원으로 밀려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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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