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스펙·아파트·농지..벼르는 민주당, 한동훈 '되치기' 주목

'청문회 정국 클라이맥스'에 관심 집중
윤석열 정부의 ‘실질적 2인자’ 놓고 여야 대격돌 예고
무혐의 받은 검·언 유착과 고발 사주 의혹도 쟁점될 듯

‘인사청문 정국의 클라이맥스’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49)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9일 열린다. 한 후보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 정부의 실질적 2인자’가 될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여야는 청문회에서 그를 둘러싸고 제기된 ‘자녀 스펙 쌓기’ ‘아파트 편법 증여’ ‘농지법 위반’ 등의 의혹은 물론 정책 검증까지 한 치의 양보 없는 격돌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차례 연기된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한 후보자 딸 한모양(17)의 ‘스펙 쌓기’ 의혹은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한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한양은 미국 언론에 광고성 인터뷰 기사를 실은 의혹, 돈을 받고 논문을 실어주는 ‘약탈적 학술지’에 글을 실은 의혹, 미국에 거주하는 외가 사촌과 서로의 교외활동을 도와준 의혹, 국제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표절한 의혹 등을 받고 있다. 한 후보자는 2019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에 더욱 비판이 확산됐다.


한 후보자 측은 딸의 활동에 불법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논문이 아닌 에세이나 보고서를 누구나 올릴 수 있는 ‘오픈액세스 저널’에 올렸을 뿐이며 “실제로 입시 등에 사용된 사실이 없으며 사용할 계획도 없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의 경우와 달리 한 후보자가 딸의 활동에 직접 관여하거나 허위 자료를 입시에 활용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 후보자 측은 “후보자가 관여한 바 없는 미성년 자녀의 상세 활동에 대해 일일이 구체적으로 답변드릴 수는 없다”고 했다.

한 후보자 본인도 어머니로부터 아파트를 편법 증여받은 의혹이 있다. 한 후보자는 1998년 어머니 허모씨가 1억원을 빌려주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서울 서초구 신반포청구아파트를 매입했다. 집주인의 채무를 인수하면서 아파트를 매입했기 때문에 아들인 한 후보자가 어머니에게 1억원을 대신 갚거나 증여세를 내야 정상적인 거래이다.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어머니로부터 1억원을 대여받은 사실이 없다”면서도 “어머니가 매매계약과 등기 절차를 대신 진행해 구체적인 과정이나 경위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 일가는 강원 춘천시와 경기 용인시의 농지를 상속·증여받고 장기간 소유하다 매각해 농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한 후보자의 부인 진모씨(47)가 2007년 차량 구매 비용을 낮추려고 서울에 살면서 경기 구리시로 한 달간 위장 전입한 사실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당시 자동차 딜러가 배우자의 주민등록을 무관한 곳으로 일시 이전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경위 불문하고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후보자의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한 후보자가 ‘검·언 유착’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였던 사실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세 대상이다. 두 의혹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검·언 유착’ 사건에 대해선 압수당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검찰에 알려주지 않은 점, ‘고발 사주’ 핵심 피의자로 최근 기소된 손준성 검사와 특정 기간 카카오톡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주고받았다는 점 등은 청문회에서 질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비밀번호를 제공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헌법상 기본권이 정치적 공격에 무력화되는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고 대답했다.

한 후보자와 청문위원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과의 치열한 정책 논쟁도 예상된다. 한 후보자는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에 대해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했고, 최근 공포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에 대해서도 “부정부패 수사의 양과 질을 극도로 위축시켜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형 FBI’ 중대범죄수사청에 대해선 “법무부에 소속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되고, 미국 FBI도 법무부에 소속돼 있다”고 했다.

한 후보자의 청문회는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다른 어떤 청문회보다도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나 조 전 장관의 청문회처럼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각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