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대검 형사1과장 청문회 증인채택에 '증언 무력화' 시도 평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불거졌던 이 사건이 인사청문회에서 거론될 것을 예상해 김 고검장이 미리 이 사건 관련 자신의 입장을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리는 이례적 상황이 펼쳐졌다.
김 고검장은 9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한 후보자) 청문회에서 소위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재론될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대검찰청 주무부장으로서 작성했던 자료(일지)를 게시함이 (검찰) 구성원 여러분의 판단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여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관련 일지도 첨부파일로 올렸다.
김 고검장은 "지난 2020년 1월 대검 형사부장으로 부임하고, 이 사건에 대해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수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관여하게 됐다"며 "당시 (중앙지검) 수사팀과 (윤석열 전) 총장의 견해 차이가 있으면서 갈등이 발생한 상황이었고, 중간 전달자 입장에서 일지를 작성하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일지는) 2020년 하반기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되면서 법무부 감찰로부터 진술서 제출을 요구받아 이 일지를 제출했다"며 "혼자 안고 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는데 며칠 전 박영진 부장검사가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다고 하기에 고민 끝에 공개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보거나 참여하지 않은 수사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는 이 검찰의 불문율이었는데 최근 이런 기조가 많이 바뀌면서 잘 모르면서도 쉽게 판단하는 사례가 종종 보여 안타깝다"고 했다.
김 고검장이 첨부한 수사일지에는 지난 2020년 3월 MBC 보도로 해당 의혹이 촉발된 시점부터 그해 7월까지의 수사 및 보고상황이 담겨있다. 수사 보고 과정에서 대검 형사부장이었던 자신이 중간 전달자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 사이의 의사전달을 맡았다며 당시 정황을 기술했다.
우선 김 고검장은 수사일지에서 "서울중앙지검은 처음부터 윤석열 총장 측근이 관련돼 있으니 수사경과를 보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일지에 따르면 당시 윤 총장은 중앙지검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실을 대검에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에 격노하며 압수수색 필요 사유 등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중앙지검은 한 후보자와 이 전 기자의 녹취내용 요약본 등을 총장과 대검 차장에 보고했다. 이후 윤 총장은 자신은 일체 보고를 받지 않고 대검 차장 주재 하에 부장들을 중심으로 사건을 지휘·감독하라고 지시했다.
김 고검장은 당시 총장에 대한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까지 초래한 전문수사자문단 구성과 관련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일지에 따르면 대검 차장검사와 기조부장은 사건 관계인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하자 윤 총장에게 전문수사자문단 회부 시기를 늦추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윤 총장이 역정을 내며 강행을 지시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대검 부장들이 검찰수사심의위와의 중복 여부 등을 이유로 전문수사자문단 추진을 다시 연기 요청하자 "더 이상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 자꾸 말을 하면 나보고 나가라는 말이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후 대검 부장들은 별도로 모여 전문수사자문단 투표에 참가하지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으고 투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사자문단은 추미애 당시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열리지 않았다.
김 고검장은 수사자문단 무산 이후 진행된 수사심의위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지에서 "수사지휘권 발동 이후 총장의 참모부서인 형사부장은 총장의 지휘권이 없는 상태에서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됐다"며 "그런데 형사부 소속 과장급 3명과 평상시처럼 아침 회의를 하는데 형사1과장이 뜬금없이 수사심의위에서 형사부 의견요청이 오면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했다.
김 고검장이 일지에서 언급한 형사 1과장은 한 후보자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영진 부장검사다.
이 때문에 김 고검장의 일지 공개는 일방적 주장이며, 박 부장검사의 청문회 증언을 무력화하기 위한 선제적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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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