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조짐 보이는데도 문 닫는 미국 검사소들

연방정부 자금지원 끊긴데다 유행 약해져 검사 수요 줄어

▲ 미국 뉴욕 양키 스타디움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접종·검사소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에서 오미크론 하위 변이(BA.2)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조짐이 일고 있지만 미국내 코로나19 검사소들은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고 CNN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많은 검사소가 한때 하루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검사를 수행했지만, 가정용 검사 키트가 보급된 데다 감염자 수가 크게 떨어지면서 검사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CNN은 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헤이우드카운티 보건복지국의 세라 핸더슨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향하던 올해 1월 초만 해도 하루 100명이 넘게 검사소를 찾아왔지만 최근 1∼2주 새에는 하루 검사 인원이 채 10명이 안 됐다고 말했다.

핸더슨은 많은 주에서 이미 여러 검사소들이 운영을 중단했거나 곧 중단할 예정이라면서 "아마도 문들 닫지 않으면 운영 시간과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19 자금이 고갈된 점이 한몫하고 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검사소는 대개 인력·장비 등을 제공하는 민간 임상연구소에 위탁해 운영하는데, 주 정부들로선 자금 고갈로 이를 계속 운영할 재원이 사라진 것이다.

플로리다주 팜비치카운티도 앞서 지난달 중순에 연방 자금의 고갈을 이유로 들면서 모든 공공검사소는 문을 닫는다고 공지했다.

또 텍사스·델라웨어·워싱턴·매사추세츠주 등의 여러 주에서도 검사소를 폐쇄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연방정부가 각 가정에 무료 항원검사 키트를 배포하면서 시민들이 검사소에 오지 않고도 집에서 간단히 자가검사를 할 수 있게 된 점도 검사 수요를 줄였다. 또 학교나 기업·사업체는 자체적으로 학생·직원들을 상대로 검사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던 지난해 봄 코로나19 유행이 크게 위축되면서 방역 규제가 대거 풀리고 검사소들이 문을 닫은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델타 변이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자 다시 문을 열어야 했다.

CNN은 철저한 검사 프로그램 없이는 현재 처한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정확한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점에서 보건 전문가들은 검사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료 데이터 수집·분석업체 헬스캐털리스트그룹의 매라 아스피널은 "검사소 폐쇄는 우리가 불과 얼마 전에 한 실수를 반복하게 할 것"이라며 "그것은 바로 코로나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스피널은 "우리 모두는 절박하게 이게 끝나기를 원한다. 하지만 너무 성급하게 이게 끝났다면서 검사·치료를 위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선 코로나19의 감소세가 멈췄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10일 기준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2주 전보다 3% 증가한 3만1천105명이었다.

지난 3일 2만6천 명 선까지 내려갔던 것과 견주면 소폭 상승한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