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국내 첫 '중국계 영리병원' 1심 법원 "도, 내국인 진료 제한 위법"

“개설 허가엔 부관 못 붙여”
도, 병원 건물 등 이미 매각
녹지제주, 손배소 가능성

▲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녹지병원./연합뉴스
제주도가 국내 첫 영리병원인 ‘제주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조건으로 내건 ‘내국인 진료 제한’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법 행정1부(재판장 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5일 중국 녹지그룹의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가해야 하는 기속재량행위 성질을 가지는 만큼 근거 없이 부관을 붙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허가 조건은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제주도는 녹지병원과 관련된 소송인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 2건 모두 패소하는 것이 된다.

후폭풍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제주도처럼 영리병원 개설 허가 과정에서 내국인 진료 금지와 같은 조건을 부여하는 행위가 어렵게 되면서 영리병원 개설에 걸림돌은 사라지게 된다. 녹지제주가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의료민영화, 공공의료 훼손 등을 이유로 영리병원을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이날 제주법원 정문에서 ‘의료민영화 중단, 공공의료 확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다만 이번 소송과 별개로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최근 병원 건물과 부지를 국내 법인에 매각함에 따라 병원 개설 취소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녹지제주는 2017년 8월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에 병원 건물을 완공하고 제주도에 개설 허가 신청을 했다. 이에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는 2018년 12월5일 개원을 허가하면서 진료 대상자를 제주도 방문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하고, 내국인의 진료는 제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녹지제주는 2019년 2월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 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이후 녹지제주는 개설 허가를 받은 뒤 3개월이 지나도록 개원하지 않았고, 제주도는 의료법에 의거해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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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