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측 "최소 300여명 민간인 학살 당해"
"80년 전 나치 점령 이후 처음" 맹비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통한 표정으로 “러시아군이 한 짓은 전쟁 범죄이며 전 세계가 집단 학살로 인식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집단 매장터와 민간인들의 시신이 묻힌 대형 무덤을 둘러보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끝내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부차에서 최소 300여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도시의 희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점령자들이 수복된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수미 지역에서 저지른 일들은 80년 전 독일 나치군 점령 이후 볼 수 없었던 것”이라며 “우리는 이 범죄에 연루된 모든 러시아 군인을 찾아내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점령군이 자신들의 범죄 흔적을 파괴하려 할 것”이라며 “국제 언론인들이 부차와 다른 도시에 직접 와서 민간인 살해를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가장 완전하고 투명하게 조사를 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며 “그 결과를 국제사회 전체에 알리고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 나타난 젤렌스키 대통령은 덥수룩하게 기른 수염에 눈에 띄게 초췌해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SNS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얼굴이 담긴 사진 두 장을 게시했다. 개전 직전이던 지난 2월 23일 회의를 주재하던 모습과 이날 부차 집단학살 현장에서 포착된 모습이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와 깔끔한 정장 차림의 모습은 온 데 간데 없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전쟁 이후 전쟁으로 황폐화된 우크라이나 도시와 국민을 대변하려는 듯 바뀐 젤렌스키 대통령의 사진을 가리키며 “41일 만에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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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