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검찰총장 1순위 조남관 사표.."尹에 부담 안주려 한 듯"

▲ 2020년 10월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현 대통령 당선인)과 조남관 당시 대검 차장검사(현 법무연수원장)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조남관(57·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조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대검 차장검사로 보좌하며 총장 직무배제와 징계·사퇴 당시 3번의 직무대행을 맡은 인연이 있다. 대선 이후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오다가 연수원 24기 이상 고검장급 검찰 간부 중에 용퇴한 첫 사례가 됐다.

조 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e-PROS)’에 올린 사직 인사를 통해 “이제는 때가 되어 검사로서 저의 소임을 다한 것으로 생각돼 조용히 여러분 곁을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검사 생활을 하면서 항상 가슴 속에 품었던 생각은 법이 가는 길에는 왼쪽이나 오른쪽이 따로 있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오직 법리와 증거에 따라 정의와 공정을 향해서 뚜벅뚜벅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검찰의 존재 이유이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지름길이라 믿는다”는 당부를 남겼다. 그러면서 “지족불욕, 지지불태(知足不辱 知止不殆, 족함을 알면 욕됨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움이 없다)의 마음으로 여러분께 작별 인사를 대신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1995년 부산지검 검사로 임관한 조 원장은 광주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장, 법무부 인권조사과장·인권구조과장,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장, 순천지청 차장검사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에 발탁된 뒤부터 요직을 두루 맡았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을 지낸 적이 있어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얻어 한때 ‘친정부’ 검사로 분류됐지만, 검찰 안에서는 합리적인 성품으로 후배 검사들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그러나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검찰의 정치 중립의 시금석이 총장의 임기 보장”이라며 김오수 현 검찰총장의 임기(2023년 5월까지)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참고: "秋 한발 물러나라" 반기 든 조남관…김오수 거취에 밝힌 소신 [尹의 사람들])


2018년 6월 검사장(대검 과학수사부장)으로 승진한 조 원장은 서울동부지검장을 거쳐 법무부 검찰국장에 올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보좌했다. 2020년 8월부턴 고검장급인 대검 차장검사로 승진해 추 전 장관과 갈등관계였던 윤석열 당선인(당시 검찰총장)을 보좌했다.

추 전 장관이 2020년 11월 윤 당선인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정지를 명령했을 당시 총장 직무대행을 두 차례 맡았다. 당시 그는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검사들은 총장님께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쫓겨날 만큼 중대한 비위나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다”고 추 장관에게 징계 청구 철회를 공개 요구하면서 현 여권의 미움을 샀다.

조 원장은 윤 당선인 징계 국면에서 대검 감찰부(부장 한동수)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할 때 위법 의혹이 일자 대검 인권정책관실에 ‘역조사’를 지시하기도 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관련 모해위증교사 의혹 무혐의 처분에 대한 재검토를 지시했을 때도 고검장-대검부장 합동회의에서 최종 무혐의 결론을 내리는 데 역할을 했다.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한 지난해 3월부터 세 번째 총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땐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4명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했지만, 박범계 장관은 그 대신 김오수 현 검찰총장을 후보자로 제청했다. 이후 지난해 6월 고위 간부 인사에서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장으로 좌천됐다.


조 원장은 법무연수원장 취임 당시 “총장 직무대행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소회”라며 “검찰개혁은 ‘정치적 중립’이라는 검찰의 고유한 가치와 함께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지 않는 검찰개혁은 권력에 대한 부패 수사 대응 역량 약화를 초래해 검찰 본연의 가치인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세울 수 없다”고 작심 발언을 해 주목받기도 했다. 그는 “권력 앞에서는 당당하고 국민 앞에서는 겸손하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후배 검사들은 조 원장의 사직 인사에 “어려운 시기 자기희생을 통해 검사가 가야 할 길을 실천하셨다” “어려운 상황에서 바른 검찰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걸어오신 길은 후배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때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검찰 간부는 “김오수 총장 거취 문제와 새 정부 검찰 인사 등을 앞두고 윤 당선인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고심 끝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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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