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자꾸 거짓말하면 다 공개할 것"..尹 측 반발에 '경고'

'한은 총재 인사충돌' 갈등 증폭
청와대 "선물 될 줄 알았는데 당황"

▲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오늘(23일)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협의한 적 없다”고 반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자꾸 그렇게 거짓말을 하면 다 공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은 한은 총재와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등 고위직 인사 문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지난 16일 오찬 회동이 4시간 전에 전격 취소된 가운데,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으로 갈등이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인수위가 180도 다른 반응을 보이며 감정싸움에 가까운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했다”고 했지만, 윤 당선인 측이 “상호 간 협의나 절차가 전혀 없었다”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실공방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자꾸 그렇게 거짓말하면 다 공개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이 관계자는 “(윤 당선인 측에) 한국은행 총재 이름이 언론에 많이 나오길래 두 사람을 물어봤다”며 “이창용 IMF 국장이냐,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냐’고 물었더니, 장 실장이 이창용이라고 답해서 이창용을 (인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자를) 검증했냐고 물어보길래 검증은 과거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될 때 한 게 있어서 문제 없더라(라고 했다)”며 “당선인 쪽에서도 이 후보자에게 할 의사 있느냐는 확인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지명 발표 과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아침에 문 대통령에게 (인사 발표를) 보고한 뒤 오전 11시쯤 당선인 측에 전화해서 이사 발표 사실을 알렸다”며 “원하는 바를 들어줬기 때문에 좋아할 줄 알고 내부절차를 마치고 오늘 발표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당선인 측에서 ‘사람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을 할 거다’ ‘(감사원 감사위원 등과) 패키지로 해야지 왜 이것만 하냐’ 당선인 측에서 주장을 했다”며 3가지 주장이 섞여 뭐가 진심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쪽(윤 당선인 측) 인사를 원하는 대로 해주면 선물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계기가 되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도) 잘 풀릴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인사 원칙에 대해 “우리가 제시한 인사 원칙은 우리 대통령 재임 중에 한다. 내용은 당선인 측과 충분히 협의한다가 원칙”이라며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인사권을 행사한다는 게 사인을 한다는 거지 우리 사람을 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이어 당선인 확정 후 14일째 연기되고 있는 회동과 관련해 “역대로 대통령 만날 때 이렇게 조건 걸고 만난 적 없지 않느냐”며 “두 분이 빨리 만나는 게 좋은 거 같고 나머지 세 자리(선관위 상임위원 1명, 감사원 감사위원 2명)는 빨리 협의를 하자, 이렇게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반면 장 실장은 “‘이창용 씨 어떠냐’고 해서 ‘좋은 사람 같다’고 했는데 그걸 갖고 의견을 받았다고 하는 게 납득이 가나”라고 반문하며 청와대가 ‘협의’를 강조한 것을 ‘화해의 제스처’로 해석하는 데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양측은 인사권 외에도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 등 여러 갈등 요소가 겹쳐있어 신(新)·구(舊) 권력 간 추가 충돌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에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손실보상과 추경 편성 등 시급한 현안이 정치적 갈등에 발목 잡힐 수 있어 빨리 정치적 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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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